`핌피(Please In My Front Yard)`라는 용어가 있다. `님비(Not In My Back Yard)`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님비`가 혐오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것이라면 `핌피`는 수익성 있는 사업이나 시설 등을 경쟁적으로 유치하려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해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전이 대표 사례다.
지방자치제가 전면 실시되면서 지역 이기주의가 심화됐다. `핌피`도 한 현상이다. 경기도만 해도 지역별 개발사업과 뉴타운 개발 지정 문제 등 지역 주민과 갈등을 빚는 일이 많다. 최근 도청을 항의 방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도지사가 청사 이전 계획을 당분간 연기하겠다고 발표하자 해당 지역 주민들이 난리다. 지금 이 시간에도 도청으로 몰려가 당초 약속을 이행하라며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다소 애매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 일종의 `핌피` 현상이다.
청사 이전이 늦어지는 만큼 부동산 시세가 하락, 당초 계획을 믿고 입주한 주민들이 손해를 보게 된 것이 사실이다. 도청도 이를 모르지는 않는다. 예산 부족에 따른 선택인지라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들의 요구는 지극히 정상이다.
다만 이런 현상이 누적돼 자칫 지역이기주의가 일반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될까 걱정이다. 실제로 얼마 전 도청을 찾아가 원룸 분양에 지장이 있으니 파주 LCD산업단지 내 기숙사 건축 허가를 취소해달라고 항의한 이들이 있었다. 물론 이는 일반적인 `핌피`나 `님비` 현상과는 거리가 먼 사건이었다. 단순히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요구에 불과하다.
그런데 도청을 찾아 기숙사 건축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사업자들의 태도는 아주 당당했다. 이 같은 태도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회나 국가의 큰 손실까지도 `나 몰라라` 하는 세태를 투영한 거울이 아닌지 씁쓸하다.
김순기 경인취재 차장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