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나눔재단과 숭실대가 정주영창업캠퍼스 운영에 이견을 보이면서 해당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두 기관 갈등으로 재단 창업지원 활동의 핵심인 정주영창업캠퍼스 사업이 겉돌고 있다. 정주영창업캠퍼스는 청년 창업가 육성을 위한 비즈니스 인큐베이터(BI).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해 창업 공간을 제공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멘토링과 교육, 엔젤투자자 연계 등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재단은 지난해 11월 숭실대를 정주영창업캠퍼스로 지정했다. 숭실대는 창업캠퍼스 유치를 위해 5300㎡(약 1600평) 규모의 신축건물을 제공했다.
하지만 숭실대가 창업캠퍼스로 지정된 지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사업이 없는 상황이다. BI운영의 시작인 입주기업 심사는 물론 각종 지원 프로그램 마련도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스타트업 입주 공간으로 마련한 보육실은 모두 공실로 방치돼 있다.
문제는 창업캠퍼스 운영을 둘러싼 숭실대 역할 때문에 불거졌다. 숭실대는 창업캠퍼스 운영본부에 맞는 30억원 수준의 비용 지원과 주도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숭실대는 정주영창업캠퍼스 부총장을 임명하고 해당 팀을 꾸리며 운영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 움직임을 보였다. 물리적 공간을 제공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다.
재단은 숭실대는 운영본부가 아닌 단순히 1호 캠퍼스에 불과하다며 지원에 소극적이면서 창업캠퍼스 사업은 겉돌고 있다. 앞으로 창업캠퍼스를 추가 지정할 예정인 만큼 숭실대가 아닌 재단이 전반적인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주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산나눔재단 관계자는 “숭실대와 재단이 서로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 협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숭실대의 프로그램 기획 능력도 논란이다. 숭실대가 기획한 창업캠퍼스 프로그램을 보면 경동시장 상인연합회, 신당동 떡볶이 상인연합회 등 지역 소상공인과의 연계를 통한 생활형 창업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재단이 지향하는 기술 기반 청년창업 지원과 거리가 있다. 이에 대해 숭실대는 “소상공인 연계 프로그램은 다양한 창업지원프로그램 중 하나일 뿐”이라며 “전반적인 창업 관련 프로그램 기획 모두 합리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재단은 숭실대와 논란을 마무리하고 재단 중심 창업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숭실대와 원만한 협의를 통해 함께 운영할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재단 관계자는 “지금은 재단이 출범하고 체계적인 창업 사업의 기반을 닦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르면 6월 중 창업경진대회와 BI 입주기업 심사를 시작으로 창업캠퍼스 활동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