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 투자 부담에 요금인하 압박까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1분기 통신 3사 무선 매출 및 ARPU 현황통신사업자가 주력인 이동통신 사업에서 심각한 실적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통신 3사 무선 매출은 올 1분기에도 감소폭이 확대됐다. 2분기 역시 LTE 가입자 유치전 가열로 실적은 악화일로가 예상된다. 요금 인하 압박으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뚝뚝 떨어지는 반면에 투자비는 오히려 늘어 사업 전망은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양상이다.
◇무선 매출, ARPU 동반 하락=지난해 통신 3사 무선통신서비스 매출은 사상 처음 감소했다. 감소세는 올해 1분기 실적에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해 하반기 시행한 기본료 1000원 인하가 올해부터 매출 및 영업이익에 고스란히 반영됐기 때문이다.
1분기 SK텔레콤 무선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550억원 줄었다. 감소폭은 2.1%로, 전년 0.6% 감소에 비해 감소세가 더욱 가속화됐다. KT 무선 매출도 240억원 줄어 1.3% 감소했다.
ARPU도 하락했다. KT는 지난해 1분기 3만247원이던 ARPU가 1년 만에 5%나 떨어진 2만8722원이 됐다. 같은 기간 SK텔레콤 ARPU도 3만3317원에서 3만2151원으로 3.5% 낮아졌다. 다만 LG유플러스는 LTE 가입자 증가에 힘입어 무선매출과 ARPU가 작년 동기보다 상승했다.
◇2분기 더 어렵다=2분기에도 실적 개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다. ARPU 하락은 3분기나 돼야 하락이 멈출 것으로 보인다. 투자비와 마케팅비도 늘어날 것이 뻔하다. 통신 3사가 전국망을 갖춰 가입자 유치 경쟁을 예고했다. 사업자들은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도 2분기 LTE 가입자 유치를 위한 일시적 마케팅비 상승 가능성을 언급했다.
단말기 자급제 시행으로 자급 단말기에도 이통사 유통 단말기 요금할인과 동일한 수준의 요금 할인을 적용하는 것도 매출 악화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물가안정 공약으로 통신비 인하를 내걸어 요금 인하 압박이 거세진 것도 부담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부터 LTE 경쟁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선점효과를 놓친 경쟁사가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돼 전반적인 경쟁 강도가 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비 부담 가중=실적은 악화됐지만 망 증설 투자 부담은 크게 늘었다. 이동통신망 세대 진화 주기가 빨라져 연간 망 투자 금액은 줄 기미가 안 보인다.
1분기 이통 3사 무선 설비투자금액(CAPEX)은 SK텔레콤 4820억원·KT 6610억원·LG유플러스 2551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각각 61%·82%·477.9% 증가했다.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3G망에도 연간 조 단위 투자가 이뤄진데다 LTE 전국망 요구가 높아져 이통사들이 경쟁적으로 구축한 것에 기인한다.
최소한의 LTE 전국망 구축(전국 84개 시)이 끝났지만, 투자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읍·면·동 커버리지 보강뿐만 아니라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계획한 무선 CAPEX 규모는 SK텔레콤 2조3000억원·KT 1조8000억원·LG유플러스 5500억원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데이터 트래픽이 점점 높아지면서 더욱 나은 망 서비스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투자 여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요금인하 압박으로 데이터 폭증을 겪는 이통사의 적기 네트워크 투자 여력이 약화됐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으로서의 IT에 걸맞은 정책이 시급하며, 눈앞의 사탕 같은 표심 잡기용 요금인하 요구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건호·황태호 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