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이노베이션리더/변훈석 특허청 정보기획국장

변훈석 특허청 정보기획국장이 지난해 말 정보기획국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 특허넷 3세대 시스템은 1차년도 개발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이었다. 까다로운 특허법과 제도, 업무 프로세스를 시스템에 녹여내야 하는 사업이기에 주 사업자였던 삼성SDS도 적잖이 애를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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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예상보다 일정이 다소 지연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관계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 25일 시스템 오픈 때까지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비상근무에 임했다. 3월까지 주말도 없이 일했다고 한다. 시스템이 안정화에 접어들고 나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변 국장은 “당시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어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며 “무사히 예정일에 시스템을 오픈하고 안정화에 접어들 수 있었던 것은 사업에 참여한 모든 이의 땀방울 덕분”이라고 말했다.

특허청 최고정보책임자(CIO)의 최우선과제는 국민이 보다 손쉽게 특허를 출원하고 직원들이 심사·심판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업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시스템이 바로 세계 최초의 인터넷 기반 전자출원시스템인 특허넷이다.

정보기술(IT) 전문가 출신은 아니지만 변 국장은 1세대 때부터 특허넷과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1998년 1세대 특허넷이 오픈하면서 책자로 발간되던 공보가 전자공보로 바뀌었다. 특허를 출원하면 1년 6개월이 지난 후 책자로 발간해 일반인에게 공개하는데 이것이 바로 공보다. 인터넷 환경이 구축되면서 이를 전자화한 것이다.

심사 업무를 맡아보던 변 국장이 1999년 정보관리과장으로 보직이 바뀌면서 처음 맡았던 업무가 바로 특허 공보를 전자화하는 일이었다. 특허청 정보화 초기 시절이어서 대부분 자료가 종이문서로 돼 있었다. 이를 광학문자인식기(OCR)로 일일이 입력하고 오류가 나면 직원이 직접 수작업으로 수정해야 했다.

변 국장은 “공보 전자화는 특허 심사관과 일반인이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검색해 찾아볼 수 있도록 하려는 의미가 있다”며 “특허청 정보화의 초창기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매우 뿌듯한 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2008년 오픈한 2세대 특허넷 시스템은 24시간 365일(24×365) 출원서비스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특허출원 업무를 보다 편리하게 했다. 이때부터 심사관 등 일부 직원의 재택근무가 가능해졌다.

변 국장이 지휘해 1차 개발을 마무리 지은 3세대 특허넷은 서버기반컴퓨팅(SBC) 등 최신 IT기술이 적용된 특허청 정보화의 총아다. 24시간 출원 및 심사업무가 가능해졌고 소리상표나 냄새상표 등 특허출원 대상이 한층 다양해졌다.

변 국장은 “가상 데스크톱(VDI)를 활용함으로써 내부 특허망과 인터넷 검색을 한 컴퓨터에서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고 보안성도 강화했다”며 “올해 추진될 2차년도 시스템 구축사업이 마무리되면 세계에서 앞서가는 특허시스템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세대 특허넷은 2010년 분석, 설계를 시작해 지난해 1차년도 사업을 마무리했고 올해 2차년도 사업에 착수한다. 1차년도 사업이 심사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 사업은 심판과 국제특허(PCT), 시스템 고도화에 초점을 맞췄다.

사업 마무리 후엔 모바일 앱을 개발해 고객 접근성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재도 특허시스템 관련 앱이 몇 가지 있지만 초보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반인이 더욱 쉽게 특허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앱 개발이 목표다. 특허 정보 검색뿐만 아니라 본인이 출원한 특허 심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손쉽게 확인 가능하도록 개발할 계획이다.

요즘 변 국장의 관심사는 특허청에 구축된 2억건 이상의 특허데이터를 일반인이 효과적으로 활용해 가치 있는 특허를 창출하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이나 기업, 연구소 등에서 연구개발(R&D)을 진행할 때 선행 특허기술을 알지 못하면 중복투자와 시간낭비를 하게 된다. 따라서 특허청 특허정보의 활용성과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3세대 특허넷 구축과 모바일 앱 개발을 계획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민용 특허정보 검색서비스인 키프리스(KIPRIS)도 꾸준히 고도화하고 있다. 2010년 키프리스 플러스로 기능을 고도화한 데 이어 향후엔 클라우드 기능을 적용한 키프리스 플러스 클라우드도 개발할 예정이다.

단순한 시스템 고도화뿐만 아니라 데이터 품질도 중요하다. 데이터 품질은 정확한 검색과 심사를 위한 핵심 요소다. 특허정보는 특허청 내부에서만 활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특허정보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데이터 품질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 특허청 CIO로서 변 국장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특허청이 최근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은 특허넷 시스템의 해외 진출이다. 이미 몽골에 특허넷 시스템을 적용한 데 이어 아제르바이잔에 2013년까지 시스템을 구축한다. 아프리카 지역 지식재산권기구인 `아리포`와도 활발하게 논의를 추진 중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협력해 공적개발자금(ODA)을 활용한다.

특허넷 시스템의 해외 진출은 단순히 IT 전파에 그치지 않는다. 선진화된 특허시스템을 세계에 알리고 국가 위상을 높이는 의미 있는 일이다. 시스템 구축에 관리 및 응용 소프트웨어도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산업의 동반 해외 진출도 꾀할 수 있다.

변 국장은 “특허 제도는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IT 수준이 낙후된 국가에서 특허넷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국가 위상 제고에 큰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안정적인 시스템 제공과 확산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변훈석 특허청 정보기획국장은 1987년 특허청에 입사해 25년을 근무했다. 상표 심사를 비롯해 심판 및 심사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1999년 정보관리과장과 2007년 정보기획과장 시절 잠시 IT와 연을 맺었고 이외엔 주로 심판관으로 근무하다가 2011년 12월 정보기획국장으로 부임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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