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 이젠 망 공존으로] <3>극단은 공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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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업자 임원 A씨는 요즘 착잡한 심정이다.

A씨는 “콘텐츠와 서비스가 늘어나면 가입자가 늘고, 콘텐츠와 서비스 매출이 늘어 사업자간 수익을 나누고 모두가 성장하는 `윈윈`이 가능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망 중립 이젠 망 공존으로] <3>극단은 공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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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업자와 콘텐츠, 제조사가 상생하는 선순환 관계를 이뤘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최근엔 통신사업자와 콘텐츠·제조사간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토로했다.

통신사업자는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와 카카오톡, 마이피플 등 새로운 서비스 등장으로 매출과 이익 감소는 물론이고 기업가치 하락이라는 이중·삼중의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콘텐츠·제조사는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등 균형이 붕괴됐다는 것이다.

또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기기와 서비스가 급증하고, 무임승차(Free Riding)가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통신사업자의 투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통신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의 관계는 상호 보완적이었다.

통신사업자가 망 확산과 고도화를 통해 콘텐츠 사업자에 기회를 제공하고, 콘텐츠 사업자는 망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 통신사업자 가입자 증가에 기여하는 등 선순환을 이뤘다.

하지만 가입자 포화로 통신사업자의 이익은 정체되는 반면 콘텐츠 사업자의 이익은 급증하고 있다. 망을 기반으로 발생한 이익의 분배가 공평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카카오톡 같은 무료 단문문자서비스(SMS) 전송 건수는 31배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통신사업자 1곳의 SMS 전송건수는 50%나 감소했다. 매출도 연간 1000~2000억원씩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mVoIP를 전면 허용할 경우에 통신사업자의 매출 감소가 3년간 최소 1조6000억원에서 최대 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가 통신사업자 1곳의 SMS 매출 6700억원(3년 기준)을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무선 트래픽이 약 30배 증가했지만 무선 수익은 2년간 제자리 걸음”이라고 소개했다.

망을 구축하는데 이렇다 할 기여를 하지 않은 사업자가 망을 활용, 이익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망 사업자의 이익마저 훼손한다는 것이다.

통신사업자가 망 투자에 대한 분담을 요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통신사업자의 성장 정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투자 여력이 갈수록 줄어 자칫 망 경쟁력을 상실하면 통신사업자는 물론 콘텐츠·제조사 등 스마트생태계 참여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스마트생태계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높다는 경고나 다름없다.

통신사업자의 망 투자 여력 상실로 인프라 경쟁력 상실은 물론 콘텐츠와 서비스를 비롯 IT 산업 기반 약화를 초래, IT 국가 경쟁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댁내광선로(FTTH) 구축율은 일본에 추월당했다. 뿐만 아니라 IT 국가경쟁력 지수는 지난 2007년 3위에서 지난 2009년 16위로, 13단계나 급락했다.

망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영국 런던정경대(LSE)는 보고서를 통해 영국내 광대역망 보급이 10% 늘면 0.9%~1.5%의 GDP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망 고도화를 비롯 콘텐츠와 서비스 경쟁력을 제고, 스마트 생태계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IT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실추된 IT 국가경쟁력을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망 사업자가 모든 데이터를 동등한 것으로 간주하고 차별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통신사업자의 투자 의지가 감소하고 무임승차의 빌미가 돼 망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반면 망 중립성을 외면할 경우에 통신사업자의 독과점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KT가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접속을 제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통신사업자의 차별없는 서비스 제공 의무와 망 투자비 분담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같은 논란은 스마트TV와 N스크린 등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이전보다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다.

통신사 관계자는 “수십만대 스마트TV가 동시에 망에 접속할 경우에 망 서비스 중단(블랙아웃,Black Out)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유무선 망은 지속적 투자와 관리가 필요한 제한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폭증하는 트래픽 해소를 위한 투자비 분배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최종 소비자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인 것이다.

망을 기반으로 창출한 이익의 단순 분배가 아닌 지속적 망 투자를 통한 인프라 경쟁력 제고와 스마트생태계 참여자간 `윈윈` 관계 회복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스마트기기 확산과 트래픽 폭증을 감안, 지속적 망 투자가 불가피한 만큼 통신사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망 투자 재원의 안정적 확보와 대용량 트래픽에 대한 합리적 관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스마트 생태계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며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개방성과 공정성을 전제로 통신사업자와 콘텐츠·제조사가 이상적 접점을 찾기 위한 공론의 장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T 산업 발전과 이용자 이익을 위해 망 가치를 인정하고 통신사업자를 비롯 콘텐츠·서비스·제조사 등 스마트 생태계 참여자가 상생 협력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절충점을 도출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합리적 망 관리를 통한 공평한 이용 환경을 마련하는 것 또한 망 중립성 논의에서빼놓을 수 없는 과제로 손꼽았다.

망 이용 공평성을 담보하고 이용자 편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액제 요금에 대한 갑론을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용자의 합리적 망 이용을 유도하고 망 혼잡에 따른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망을 활용한 이익 수혜자 혹은 트래픽 유발자 부담 원칙을 적용함과 동시에 초다량 이용자 트랙픽 제어 등 기술적 관리를 병행하는 방안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망 품질 유지와 이용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는 지속돼야 한다”며 “통신사업자와 콘텐츠·서비스·제조사는 물론 이용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IT 산업 발전과 이용자 이익 극대화를 위해 우리나라 시장 환경에 적합한 망 중립성 원칙과 철학을 수립하기 위한 논의를 하루빨리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나 다름없다.

KT 유선 네트워크 투자 및 매출 전망(자료 : KT경제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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