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독일의 선진 피뢰·접지설비 현장을 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지구(Europaviertel) 도시계획 프로젝트 공사현장. 독일의 전형적인 흐린 날씨에도 공사 인부들은 기초공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기초철근을 세우는 공사는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광경이지만 접지설비 만큼은 달랐다. 접지설비는 낙뢰나 서지(과전압·과전류)를 대지로 방류시켜 전압상승을 억제해 건물 내 전기사고 확대와 감전을 예방한다. 접지설비는 도전체로 바(BAR)형태의 스테인리스 스틸을 적용했고 바와 바 사이, 바와 기초철근을 잇는 연결부는 아연도금철선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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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공사가 한창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럽지구 공사현장에서 공사직원이 스테인리스 스틸의 바(Bar)를 설치하고 있다.

구리사용 제한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독일은 1940년대 초 무기 생산을 위해 전량수입에 의존했던 고가의 구리사용을 대폭 제한했다. 도전율이 높은 구리가 낙뢰(번개)나 각종 전기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구리를 대체하는 도금기술이 발달했고, 아연도금철선이나 스테인리스 스틸을 이용한 피뢰·접지설비는 세계 국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설비업체 알파시에라의 로버트 클라비터 본부장은 “구리사용이 금지되면서 스테인리스 스틸과 아연도강을 사용한 것이 오히려 안전성과 경제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스테인리스 스틸은 구리의 절반 수준, 아연도강은 구리대비 85%의 비용절감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과학벨트인 다름슈타트 지역 내 혈액·신장투석·이식 관리국 전산센터에는 국가지정 1등급 피뢰설비가 설치돼 있다.

옥상에는 피뢰침·낙뢰용 수평도체·피뢰침과 접지설비를 연결하는 인화도선까지 전부를 아연도강으로 장식됐다. 구리만을 사용하는 우리와는 전혀 상반된 그림이다. 수천만명의 혈액정보가 보관된 만큼 전산실도 3중 서지보호설비로 건물과 격리시켰고 바닥도 금속 처리했다.

로버트 클라비터 본부장은 “지구온난화 이상기온으로 예측 불가한 낙뢰사고가 늘고 있어 아무리 좋은 설비라도 꾸준한 관리점검이 중요하다”며 “국가가 정한 검사기관을 통해 2년마다 접지 저항 측정, 노후 및 운영 상태, 설비 단선여부를 체크 한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피뢰·접지설비에서 자국의 도금기술과 구리 외 대체물에 대해 국제표준화를 위한 노력에도 앞장서고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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