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하지 않는다, 유료 이용자보다 무료 이용자 비율이 훨씬 높아야 한다, 경쟁사는 정하지 않는다.”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 올레스퀘어에서 만난 트로이 말론 에버노트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은 일반 기업과 정반대 전략을 쓴 것을 에버노트 성공 비결로 꼽았다. 그는 스타트업기업 모임 `고벤처 포럼`에서 강연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말론 사장이 밝힌 실행 방법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라`는 것이다. 좋은 제품을 써 본 사용자(제3자)가 입소문을 내게 하면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지만 효과는 오히려 배가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실제로 에버노트는 무료 앱에서 웬만한 기능을 다 쓸 수 있다. 유료 앱 이용자가 지금처럼 대다수를 차지해야 입소문 효과가 있으므로 굳이 유료·프리미엄 서비스 전환을 유도하지 않는다. 그는 “고객이 에버노트가 쓰기 편해서 데이터를 축적하다 보면 나중에는 자신의 소중한 데이터를 조금 더 잘 관리할 필요성을 느껴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서비스로 전환한다”고 말했다.
제3자를 앞세우는 마케팅 일환으로 에버노트에 관한 책 출간을 지원한다. 일본에서는 이미 에버노트에 관한 책이 34권 출간됐다. 한국에도 이번 주에 에버노트 활용법을 설명하는 책이 나온다. 경쟁사를 정하지 않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국내 기업 브리드가 출시한 `어썸노트`는 에버노트와 같은 기능을 하지만 에버노트는 오히려 브리드와 손잡았다.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개방하고 에버노트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했다. 협력사를 통해 또다른 마케팅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번 방한길에도 소프트웨어기업, 전자제품 제조사 등 다양한 기업을 만났다.
이런 전략이 거둔 성과는 놀랍다. 현재 에버노트 앱을 다운로드한 사람은 전 세계 270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에서도 하루에 2500명씩 가입자가 늘어가고 있다. 날짜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6월 안에 한국 지사를 설립해 조금 더 많은 협력사를 모을 계획이다. 생태계를 확장시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에버노트 API를 활용한 앱 아이디어에 상을 주는 `데브컵(Devcup)`에 한국인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당부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말론 사장은 미국 브링함영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다.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뒤 벤처캐피털(VC)을 거쳐 스타트업 기업을 2~3차례 만들어봤던 그가 안착한 곳이 에버노트다. 한국 문화에 대해 조예가 깊은 그는 에버노트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데 적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