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은 협동과 경쟁의 세계다. 게임 게시판에도 다양한 글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게임에서 연합을 맺어 적을 물리치자는 제의, 콘텐츠 업데이트 불만, 내 게임 아이템이 사라졌다는 제보까지 각종 민원의 천국이다. 인기 게임은 하루에도 수백 개 이상이다.
넥슨커뮤니케이션즈(이하 넥슨컴즈) 직원 김영욱(22)씨의 업무는 게임 모니터링과 게시판 관리다. 김 씨는 “운영도 게임 업체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라며 “고객이 더 즐겁게 게임할 수 있도록 돕는 일부터 약관에 위반되는 게임 아이템 판매 글 삭제까지 업무는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겉으로 보기에 김 씨는 아무 불편이 없는 청년으로 보이지만 선천적으로 다리가 자유롭지 않다. 김 씨는 현실에서 주변의 배려나 도움이 필요하지만 게임에서는 거꾸로 다른 사람의 애로사항을 확인하고 돕는다.
김 씨는 어린 시절 친척 어른이 사주신 컴퓨터로 게임을 처음 만났다. 몸이 불편한 그에게 게임 속 세상은 자유로운 모험이 가능한 공간이었다.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뛰어노는 대신에 `바람의 나라` `포트리스`같은 게임도 함께 즐겼다.
김 씨는 취업을 앞두고 집과 가까운 전문기술학교로 진학해야만 했다. 게임사는 대부분 서울에 있다. 자신을 도와줄 가족과 떨어져서 서울 게임사로 취업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게임전문학과가 있는 학교로 새로 입학했다”라고 회상했다.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문대 게임컨설팅학과에서 2년 간 공부했다. 졸업을 앞두고 장애인 취업을 우대하는 게임운영전문회사 넥슨컴즈가 부산에 문을 연다는 공고를 봤다. 거동이 불편한 직원들을 배려해 사무실 문턱을 없애고 자동문까지 갖춘 좋은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3개월 간 게임 운영 전문 교육을 받았다. 2월부터 본격적인 게임 게시판 관리업무를 맡았다. 함께 일하는 27명의 동료 모두 게임사 취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씨는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에 맞춰 서울에 사흘 동안 머문다. 아침부터 종일 강연을 듣느라 녹초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6시 마지막 강연까지 모두 챙겨 들었다.
그는 “게임학과 수업을 들었을 때는 이론 위주였는데, 실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말을 직접 들으니 진짜 노하우가 공유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좋아했다. 김 씨는 게임사 취업으로 첫 번째 꿈을 이뤘다.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기회는 왔다.
그에게 두 번째 목표가 생겼다. 넥슨컴즈에서 강연에 나서는 첫 번째 게임운영 전문가다. “1~2년 후에는 나도 게임운영 전문가가 되어 저기에 서서 노하우를 나눠야겠다는 꿈이 생겼어요”라는 그의 다짐이 미덥게 들린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