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는 미래 먹을거리에 맞춰 조직 개편과 정책 방향을 수립해야 합니다. 지난 정권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과학·벤처 등이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렸습니다. 문제는 이들 분야가 특정 산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질 분야라는 점입니다.”
노규성 부활IT강국운동본부 운영위원장(55·선문대 교수)은 “잘못된 정책과 정부 조직으로 지금 정권에서 미래 산업은 찬밥이었다”고 강조했다. 노 위원장은 디지털정책학회장, 스마트융합학술전국연합 의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달 `부활IT강국운동본부`를 결성해 이끌고 있다. 운동본부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ICT 메니페스토` 운동에 나서는 등 IT 부흥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노 위원장은 주요 IT협회와 단체·학계에서 민주통합당 비례 대표로 추천받을 정도로 정책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노 위원장은 ICT 육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다음 정권에서도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감을 표시했다. 그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낙제점”이라며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아쉬워했다. 여전히 공천이 나눠 먹기 식인데다 전문성도 결여되고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등 구태의연한 관행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운동본부가 IT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비례대표 공천과 IT 분야 평가, 정책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60점 이하의 낙제점을 받았다. 공천 전반에 대한 평가는 새누리당 56점, 민주통합당 48점이었다. IT 분야 평가는 새누리 52점, 민주통합 36점이었다. IT 정책에 거는 기대는 새누리 45점, 민주통합 40점으로 나타났다. 세 항목 모두 새누리당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친 것이다.
“IT 분야를 소홀히 하거나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차기 정권을 준비하는 정치권에서도 여전히 ICT는 뒷전입니다.”
노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명확한 IT 비전과 정책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정권에서는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IT 정책을 한곳에 모을 수 있는 정책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현 정권에서 IT와 중소벤처 생태계가 무너진 상황입니다. 이를 복원할 수 있는 길은 IT 주도의 중심 부처 부활밖에 없습니다.”
노 위원장은 “지난 4년 동안 주요 정부부처에서 IT를 포함한 정보화는 후순위였으며 이 때문에 전체 IT 경쟁력이 크게 후퇴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각 부처로 IT 업무가 쪼개지면서 업무 자체도 비효율적이었고 중심 부처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IT 강국의 위상은 과거 역사가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 정부의 IT를 저평가하면서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IT 강국 브랜드도 무너지고 대기업 횡포와 안일한 정부 대응으로 대다수 중소·벤처 기업은 고사 직전에 몰리는 등 생태계가 사실상 죽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차기에는 정통부 형태 독임 부처를 부활하고 시장과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특단의 정책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