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가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정보화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가 지난달 20일 공개한 `블로그형 홈페이지`다. 해외에서는 보편화돼 있지만 국내 공공기관 가운데 블로그형 홈페이지를 서비스하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시 공무원 누구나 정보를 올리고 이에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서는 매우 시범적이다. 일지 형식으로 정보와 이야기글 등 최신 게시물이 상단에 표시된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접근할 수 있다. 시민은 공개된 콘텐츠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박 시장이 강조한 `소통` 일환으로 기획했다. 앞으로 공개될 프로젝트도 기대된다. 시민참여형 시정운영을 내걸고 추진 중인 커뮤니티 맵핑 사업, 신청사 입주에 맞춰 시범적용 예정인 `클라우드 PC사업` 그리고 지난해 발표한 `스마트서울 2015`의 구체화된 모습 등. 박 시장 의사를 반영해 서울시 정보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서울시 최고정보책임자(CIO) 황종성 정보화기획단장을 만났다.
“행운입니다.”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서울시가 정보화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내놓고 있는 배경을 묻는 질문에, 황종성 단장의 짧고 확신에 찬 답변이다.
“기술 패러다임이 변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마침 그런 마인드를 지닌 시장이 온 것입니다. 시장은 서울을 바꾸고 싶었고 그것이 우리가 하는 정보화 사업에 맞아떨어졌습니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서울시에 녹이다 보니 우리가 사업을 많이 진행하게 됐습니다.”
정보화기획단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혁신적인 것이 많다. 보수적으로 알려져 있는 공무원들이 잘 따를 수 있을까 의문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분명한 건 시장이 새로 오지 않았으면 엄두를 내기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시장이 `소통`을 강조하고, 그것이 보이지 않는 힘이 돼 작동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공개한 블로그형 홈페이지는 파격적이다. 인터뷰 내내 마치 숙련된 조교처럼 홈페이지 이곳저곳을 드나들며 소개하던 황 단장은 “시정의 새로운 소식과 생생한 정보를 바로 시민에게 전달하고 공유함으로써 보다 밀접하고 친근하게 시민과 소통할 수 있다”며 “그래서 블로그형으로 과감히 개편했다”고 강조했다.
커뮤니티 맵핑사업도 `소통` `시민참여`라는 키워드와 함께 언급된다. 커뮤니티 맵핑은 스마트폰이나 PC에서 지역 현안사항이나 불편사항을 시민이 직접 지도 위에 표시하면 지역 주민이 같이 공감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예컨대 장애인이 휠체어 이동에 장애가 되는 시설물을 발견하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지도 위에 표시하고, 시는 이를 장애인 보행환경 개선에 활용하는 형식이다. 이미 몇 개 부서에서 시범 적용 중이며, 하반기에는 지역 현안사항이나 불편사항을 지도 위에 표시하고 이웃 주민과 의견을 나눠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황 단장은 “오늘날 시정 운영은 시장 한 사람이나 공무원만의 것이 아니라 시민이 SNS나 120콜센터 등 다양한 매체로 참여한다”며 “이것이 바로 서울시가 추구하는 시민참여형 시정운영 `거버먼트(Government) 2.0` 실체라고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공공정보 개방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150종 공공데이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당장 내달 약 30종을 공개한다. 시간이 지연되는 것은 시민이 최대한 편하고 쉽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황 단장은 “공공정보 공개를 준비하다보니 제도·환경적인 문제로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다”며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활용 가능한 자료를 발굴해 제공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서울 2015의 구체적인 그림도 공개했다. `인프라`와 `u서울포럼` 강화 크게 두 가지다. 2015년까지 공공청사에 와이파이를 설치해, 민·관·시·구가 전략적 협업으로 서울전역에서 모바일 생활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 100만명에게 스마트기기 체험기회를 제공해 스마트서비스 활용격차를 줄인다. u서울포럼은 현재 교수와 IT·산업계 전문가 중심 구성에서 안전·환경·청년창업자 등 각계 시민단체를 추가해 시정과제 해결을 위한 전문분과를 운영한다. 모임은 시정과제 해결을 위한 싱크탱크로 활용할 계획이다.
황 단장은 정보화기획단 이외의 실·국 회의에 자주 초청을 받는다. 좋은 정보와 아이디어가 그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각 분야에 IT를 접목하고, 그 기술이 다른 부서에서는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이유다. 황 단장은 “IT를 하는 사람은 단순히 고장 난 컴퓨터만을 고쳐서는 안 된다”며 “프로젝트가 있으면 `구체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옳다`고 진단과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CIO로서 가장 큰 역할에 대한 질문에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를 위해 시민 참여형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서울시 정보화정책은 공공기관에서 제작해 제공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민·기업·학계가 모두 참여하고 협업해 완성하는 형태로 진행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양방향 다채널 소통 서비스를 적극 발굴할 계획입니다.”
황종성 서울특별시 정보화기획단장은 1963년생으로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정치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재학시절부터 IT에 관심이 커, IT분야 정치학 박사 논문을 썼다. 이것이 계기가 돼 1995년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정보화진흥원에서는 정보화평가부장, 정보화기획단장, 경영혁신실장 등을 거쳤다. 이 기간 국가정보화정책과 유비쿼터스전략·공간정보정책 등을 세우는 등 뛰어난 기획력과 예지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서울시 CIO로 취임한 그는 단기간에 서울시 미래 정보화 청사진인 `스마트서울 2015`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초대의장 도시로 돼 있는 `세계도시 전자정부 협의체(WeGO)` 사무국장을 함께 맡고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