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이 내년 중소기업 전용 연구개발(R&D) 예산에 올해보다 15% 많은 8220억원을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에도 중소기업 관련 예산을 지난해보다 14% 늘린 터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지원 의지가 강한 것으로 읽힌다. 그는 유관 부처에 “중기 전용 R&D 자금을 인력 충원에 써 달라”고 요구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 R&D 지원은 곧바로 인력 충원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크다”는 뜻을 담았다.
김 위원장의 진의가 느껴진다. 중기 R&D 자금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성이 절절한 것도 잘 안다. 다만 `국과위는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과학기술 수준과 역량을 높이고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국과위 존립 목표에 걸맞은 계획 말이다. 국과위에게 `정부 R&D 예산` 배분·조정권을 맡긴 것도 더 멀리 내다봐 달라는 요구였다. 국과위가 중소기업 R&D 예산을 배분한 뒤 “인력 충원비로 쓰는 게 좋겠다”고 권유한 게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중소기업 진흥 관련 부처인 지식경제부나 중소기업청 등에서 월권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몇몇 부처가 `일자리 창출 효과`에 매몰한 나머지 국가 재정에 누를 끼쳤다는 비판이 잦았다. 짧은 기간에 숫자(효과)를 끌어올리려다 보니 일회성으로 끝난 사업이 많아 문제였다. 돈은 돈대로 쓰고 일자리와 경제엔 활기를 불어넣지 못한 결과를 떠안기 일쑤였다.
국과위마저 이런 기류를 타면 곤란하다. 진득하게 국가 과학기술 대계를 세우기 바란다. 총선이다 뭐다 해서 세상이 뜨거워질수록 행정은 더 냉철해야 한다. 특히 지금은 “여당에 유리한 일회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코나 귀에 쉬 걸 수 있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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