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예능, 드라마 진행 포기...프로그램 질 저하 우려
지난해 12월 출범한 종합편성채널(종편) 4개사 광고 매출액이 지난달 100억원을 밑도는 등 부진을 겪고 있다.
국내 미디어 업계 판도를 재편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것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28일 광고 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JTBC·TV조선·채널A·MBN 4개 종편사 광고 매출액은 92억원으로 추정된다. 1월 110억원보다 더 떨어진 수치다.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단일 프로그램만으로 180억원가량 광고 매출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참담한 결과다.
지난해 종편 출범 전 한국광고주협회(KAA)가 국내 주요 광고주와 광고 회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종편 4사는 사당 1471억원(국내 방송광고 시장 2조원 중 25~30%)을 광고에서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결과는 종편에 광고를 낼 것으로 계획했던 광고주마저 집행 계획을 접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같은 추이라면 종편 매출액은 예상치의 4분의 1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우울한 전망은 이어진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월 `종편 개국과 방송 시장의 변화` 보고서에서 4개사 평균 운영 적자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종편이 예상과 다른 부진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시청률이다. JTBC가 `빠담빠담` `여자의 자격` 등 시청률 2%를 돌파한 드라마를 방영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TV조선이 100억원 이상 제작비를 쏟아 부어 만든 대작 드라마 `한반도`는 조기 종영하는 등 종편 평균 시청률은 현재 1%를 밑돈다.
심지어 MBC·KBS 노조가 차례대로 파업에 돌입해 파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시청자 리모컨이 종편 채널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MBC 파업 전인 29일 일요일 종편 4사 시청률은 채널A 0.36%, JTBC 0.528%, MBN 0.343%, TV조선 0.559%를 나타냈다.
지상파 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지난 25일에는 채널A 0.559%, JTBC 0.584%, MBN 0.459%, TV조선 0.554%로 소폭 상승하거나 하락한 곳도 있다.
이 때문에 종편들은 계획했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마저 취소하는 등 출범 4개월 만에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이는 곧 프로그램 질 저하로 이어져 악순환에 빠질 우려까지 낳고 있다. 최근 트위터에서 퍼졌던 종편 매각설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방송 업계의 한 관계자는 “종편 4개사가 함께 출범해 유사한 경쟁사가 많아진데다 신생 매체라 제작 여건도 지상파 수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국내 미디어시장 재편을 추진하면서 시장 상황이나 정책적 지향성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결정보다는 정권적 차원에서 무리한 결론을 내린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