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공기업 1년, 발전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8>한국동서발전

발전소를 지어 효율적으로 운영·관리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동반성장만큼 뛰어난 전략이 없다. 발전 산업 특성상 이 모든 역할과 사명을 수직적 조직체계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동서발전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연속 동반성장 정부평가 1위를 차지하며 국내 발전회사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동반성장 모델이 되고 있다. 동서발전의 동반성장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종속적 개념의 협력과는 다르다. 동반자적인 입장에서 상생을 넘어 함께 `윈윈`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시장형공기업 1년, 발전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8>한국동서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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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발전은 중소기업 지원 전담팀을 구성해 중소기업과 함께 공동으로 기술개발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 확대 등에도 동반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퍼주기식 지원에서 벗어나 동서발전의 인적·물적 자원과 아이디어를 앞세워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동반성장으로 평가된다.

◇손발 맞는 기업과 `롱런`=동서발전의 동반성장은 대립적 경쟁우위가 아니라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발전시설에 들어가는 부품과 장비·솔루션 대부분은 중소기업 제품이다. 중소기업 경쟁력 상승이 곧 발전소 안전성과 효율성 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은 정부 정책과 공기업 평가를 위한 실적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발전소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이 됐다. 동서발전은 중소기업 가치를 찾아 육성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라 믿고 있다.

이길구 동서발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투명한 거래관계는 기본이고 동반성장 파트너인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해외진출·인재확보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적극 지원하겠다”며 “단순한 자선활동과 같은 비용 개념에서 투자 개념으로 인식을 전환해 중장기적 사업 관점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동서발전은 중소기업의 잠재적 가치 발견부터 경쟁력 강화 지원, 시장 진출까지 전반적인 상생을 꾀하고 있다. 동서발전은 회원사(97개)를 대상으로 동반성장 성공모델 30개 우수기업을 선정해 집중 지원한다. 지난 2011년 3월부터 터보파워텍·정신기계 등 30개 기업을 방문, 잠재적 가치 발굴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함께 현장 애로사항을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는 해결사 역할도 톡톡히 해왔다.

현장에서 발견한 중소기업 가치는 동서발전을 통해 재가공된다. 동서발전은 중소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국내 최초로 발전설비에 시범 설치하는 등 신뢰도 입증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현장 방문 시 중소기업의 최대 애로사항 중 하나가 자체 개발제품 신뢰도 입증이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서발전 5개 사업소에 중소기업 시제품을 시범 설치했고 7건을 국내 타 발전사와 대기업에 공급하는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동서발전은 중기 개발제품 구매를 전제로 하는 발굴 사업에서도 4년 연속 공기업 1위를 달성했다. 동서발전은 중소기업청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 국산화과제를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0건을 발굴했다. 국산화를 위한 중소기업 참여를 확대하고 기술개발 환경조성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산화한 시제품을 발전설비에 설치해 신뢰도를 입증함과 동시에 직접 구매하고 중소기업 매출증대와 고용창출 향상에 기여했다.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과제는 동서발전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연구개발해 완성한 제품을 발전설비에 적용하고 향후 국내외 판로까지 지원한다.

동서발전은 중소기업 인력난 해결에도 적극 나섰다. 공기업 최초로 수도권 4개 대학과 동서발전 중소기업 협의회 3자 협약을 통해 현재까지 100여명의 인력 채용을 지원했다. 또 2010년에는 공기업 최초로 고교생을 채용해 학력철폐·고용창출에도 기여했다. 최근에는 협력 중소기업 25개사에 27명의 석박사급 연구인력 채용을 도왔다.

동서발전은 핵심기술을 가진 세계적 스타기업 30개사를 발굴 육성하고 국내 중핵기업 100개사를 육성해 발전설비 기자재를 모두 국내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진출로 이어지는 동반성장=동서발전의 중소기업 해외 판로개척 지원 등의 동반성장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동서발전은 발전회사 처음으로 전력기반기금을 활용해 해외 판로개척 통합지원사업을 추진했다. 동남아·중남미·중동 등 22개국 시장 개척을 위해 3년간 33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수출 유망 중소기업 100개사와 해외바이어 1000명을 매칭해 중소기업 수출확대에 나선 것이다. 200대 수출기업을 선정해 수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홍보책자를 배포하거나 해외마케팅을 하는 등 맞춤형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동·인도 등의 유력 플랜트 발주처를 초청해 국내 중소기업과 벤더등록 및 수출 상담을 주선하는 등 우수 국산화 제품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동서발전 컨소시엄은 올해 1월 인도네시아 남부 칼리만탄 200㎿(100㎿ 2기)급 석탄화력발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업은 25년간 운영하는 BOOT(Build-Own-Operate-Transfer) 방식으로, 2013년 3월에 착공해 2015년 12월에 준공할 예정이다. 특히 발전소 건설사업에 국내 건설업체 및 40여개 이상의 중소기업들이 동반진출하게 돼 국산 기자재 수출과 3년간 1500명 국내 인력 고용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동호 동서발전 홍보윤리 담당 부장은 “해외 플랜트 등에 중소기업과 동반진출해 직간접 고용창출은 물론이고 국산 설비 인지도 상승효과가 기대된다”며 “협력업체들이 자메이카(4000억원 규모)와 아이티(600억원 규모) 등에서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서발전은 동반성장 전략을 앞세워 2020년 해외에서만 매출 1조6789억원, 발전설비 지분용량 400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 부장은 “동반성장으로 끌어올린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유수의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현지 연결망을 강화해 사업수주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며 “선진국 발전설비 인수·합병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동서발전의 해외사업 매출은 5760억원(총 매출 4조812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12%를 해외에서 달성했다. 올해는 순수 지분용량 1000㎿를 확보하고 해외 근무인원 100명을 배치해 해외 매출액을 6465억원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주요 사업은 자메이카 신규 복합화력(360㎿), 인도네시아 석탄화력(100㎿ 2기), 베트남 남딘 석탄화력(1200㎿), 인도 오리사주 석탄화력(1320㎿) 등이다. 이를 포함해 미국·필리핀 등 8개국에서 10개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인도네시아·베트남·도미니카 등에서도 추가로 10개 사업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동반성장 사업

◆중장기 비전은…

동서발전은 지난해 `세계 10대 에너지 기업`을 새로운 비전으로 선포하고 해외사업 등 신사업 영역 확대를 통해 2020년 순이익 1조원, 세계 10대 에너지 기업 목표 달성에 시동을 걸었다.

동서발전은 세계 수준의 기술력과 글로벌 인재양성, 경영효율성 확보를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성장 잠재력과 재무 건전성 등 내재가치가 탁월한 기업으로 성장, 세계 10대 에너지·발전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이길구 동서발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안정적인 수익창출 △글로벌 기업 수준의 종합적 기술력 배양 △생산적 선진 기업문화로 혁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화두로 던졌다. 그동안 축적한 기술을 활용, 기존 사업장 운영·정비(O&M)뿐만 아니라 신규 발전소 건설로 영역을 넓히고 관련 기술도 견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수준의 종합적 기술력 배양을 위해 혼소기술 개발과 상태기반 정비 확대, 엔지니어링 자체 수행 등을 추진한다”며 “기후변화에 대비한 녹색환경 기술개발과 핵심부품 국산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 역량도 강화한다. 회사 분위기를 생산적 선진 기업문화로 바꾸겠다는 의지다. 박현철 동서발전 기획처장은 “역량과 성과에 따라 회사에 헌신한 직원, 실적이 좋은 사람이 공정하게 평가받는 시스템을 정착시켜 직원 개개인의 노력과 열정이 회사성장과 발전에 집중되도록 바꿔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동서발전은 올해 국내외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울산복합화력 4호기, 당진화력 9~10호기를 제때 건설하고 신규 사업개발을 확대한다. 여기에 80만㎾급 울산 4호기 복합화력은 전력수급 불안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긴급하게 건설되는 만큼 설계·시공 병행형으로 공정을 단축할 계획이다. 각 100만㎾급인 당진화력 9~10호기는 올해 목표 공정률을 39.66%로 잡고 있다.

창의적 혁신업무로 건설원가 절감도 도모한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석탄재를 다시 태우는 `저회 재연소시스템`을 구축, 회사장 축조비용을 아낄 계획”이라며 “생애비용(LCC:Life Cycle Cost)과 가치설계(VE:Value Engineering)에 입각한 기자재 설계로 건설원가 절감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신규 발전원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전략적으로 수립·추진한다. 또 해외 진출 강화를 위해 세계 유수의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현지 연결망을 강화, 사업수주 확대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선진국 발전설비를 인수합병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인터뷰/박현철 한국동서발전 기획처장

“동서발전은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며 해외사업·비용절감·동반성장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올해는 더욱 참신한 사업 기획과 신기술 도입으로 모범적인 시장형공기업의 모습을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박현철 기획처장은 동서발전의 경쟁력을 `참신함`으로 정의했다. 항상 남들보다 앞서 새로운 기획을 구상해 발전업계의 트렌드를 선도해 왔다는 말에는 자부심마저 느껴진다. 그는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번지고 있는 고졸채용 분위기도 동서발전이 최초로 시작한 마이스터고 채용할당제가 그 시발점이었다”며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사회적 반향이 있는 공헌 프로그램들을 계속 기획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햇빛나눔 희망전기 사업`이다. 발전소 주변 에너지 빈곤층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이 프로그램은 에너지 복지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이라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박 처장은 “올해 당진화력과 울산화력 주변에 각각 10가구씩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라며 “2014년까지 110가구에 태양광을 보급, 에너지 빈곤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수익창출과 원가절감으로 재무적 성과를 거두고 이 성과를 해외사업과 국내 신규사업에 투자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박 처장은 “연료도입선 다변화로 연료비를 절감하고 새로운 운영기법으로 발전운영비를 절감하고 있다”며 “2년 연속 연료비 최저가 구매, 해외 매출 비중 12% 달성, OECD 국가 중 최저 건설원가 시현 등 글로벌 수준의 원가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운영 관리 부문에서는 최근 센터를 개소한 IT 정비관리 시스템 `POMMS`에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POMMS는 동서발전 어느 사무실에서도 발전소 설비를 현장 근무 직원과 같은 상황에서 운영·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박 처장은 “정해진 주기에 따라 관행적으로 실시하던 정비를 이젠 과학적 예측에 근거해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동서발전은 항상 반 발짝 앞서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며 “앞으로도 업계 선도적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