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원별 불합리한 차익 방지와 적정한 수익배분을 목적으로 2008년 도입된 계통한계가격(SMP) 보정계수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 들어 민간 기업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속속 발표하면서 이들의 과도한 차익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에도 보정계수를 적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면서다. 지금은 한국전력 계열 발전회사와 일부 특수사항에만 보정계수를 적용하고 있다.
한전은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으로 적자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기업들이 원가가 저렴한 석탄화력으로 과도한 수익을 얻는 것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민간 기업들은 수익이 많다 해서 이를 정부가 조정해서는 안 되며 시장경쟁과 활성화 차원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관련 논의가 길어지면서 전기위원회는 동부발전과 STX에너지가 추진하는 석탄화력사업 허가를 보류해 놓은 상태다. 두 사업은 계획대로라면 올해 착공해야 한다. 이제 곧 6차 전력수급계획 신청을 시작하면 민간 기업 석탄화력 러시는 본격화하겠지만 시간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민자석탄화력 시장의 수익 조정과 보정계수 문제, 그리고 관련 문제가 불거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본다.
◇한전 “전기요금 인상요인 과수익 방지해야”=한전의 주장은 최근 정부가 동반성장 정책 일환으로 내세우고 있는 초과이익공유제와 유사하다. 공기업은 국민에게 저렴한 전기 공급으로 적자를 보고 있는데 민간 기업이 과도한 이득을 챙기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고 향후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다.
실제로 국내 전력산업은 발전비용이 비싼 LNG와 유류발전기가 가격을 결정하는 SMP 구조다. 모든 발전기에 거래가격을 그대로 지급할 경우 석탄발전기는 자기원가의 2배에 달하는 이익을 얻는다. 지난해 기준 SMP 시장가격은 ㎾h당 133원이었고 민간석탄발전기 총괄원가 추정치가 ㎾h당 67원임을 감안하면 원가대비 수익률은 98.5%에 달한다.
한전은 가장 비싼 연료비로 책정된 전력거래 가격을 그대로 민자석탄화력에 지급하는 것은 사실상 대기업 특혜와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보정계수를 적용받고 있는 발전회사들의 석탄발전소 영업이익은 6.8%인데 반해 민자석탄화력은 50% 이상이다. 동일 전원 간 형평성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기요금 부문에서도 건설을 추진 중인 12GW 석탄발전소 거래가격을 조정하지 않으면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약 4조3200억원 증가해 10.8%의 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전은 민자 석탄화력의 수익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전기사업법을 제시한다. 전기사업법 제1조 법의 목적은 `전기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해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 함`으로 정의하고 있다. 저원가 발전기의 과다 수익을 조정해 한전과 발전사 간 수익불균형을 개선하는 것이 전기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 이익을 보장한다는 해석이다.
수익을 조정하는 방법으로는 발전자회사에 적용하고 있는 보정계수를 민자석탄화력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다만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고정비와 연료비, 적정이윤을 포함한 총괄원가 방식 도입 등 일정 수익은 보장하는 방법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민간기업 “실패한 전기요금 정책 책임 떠넘기는 격, 시장진출 유도해야”=민간 기업은 석탄화력 수익 조정이 전기요금 정책 실패 책임을 떠넘기는 격이라고 보고 있다. 에너지 포퓰리즘으로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을 책정해 놓고 적자를 감수하기 어려우니 해당 시장에서의 민간 기업 수익도 제한하는 비정상적인 행태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공기업은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발생한 장기적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할 수 있지만 민간 기업은 국가재정이 이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선 수익은 제한되고 적자에 대한 보장은 없는 리스크만 존재하는 시장에 뛰어드는 셈이다.
민간 기업들은 민자석탄화력 수익 조정 움직임에 대해 정부와 한전이 자기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율경쟁을 펼쳐야 하는 시장에서 수익을 제한하려면 발전자회사처럼 수익보전에 대한 담보를 제공해야 하며 이는 또 다른 국가재정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전이 주장하고 있는 보정계수 적용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고 있다. 보정계수는 한전 그룹 내부의 수익을 조정하고 과세부담을 줄이는 회계적 허상이란 판단이다.
보정계수는 회계적으로 한전 적자를 줄이지만 실질적인 수익성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발전자회사들이 100% 한전 자회사로 보정계수 적용에 따른 손익이 고스란히 한전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결국 보정계수는 발전원 구성 비율이 다른 발전자회사들의 수익성 차이를 줄이고, 어차피 적자로 소득세를 내지 않는 한전이 자회사들의 영업이익을 낮춰 그룹사 전체 과세금액을 낮추는 방안이란 게 민간기업의 해석이다. 장부상 내부거래를 민간기업과의 실제거래에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는 전체 전력산업의 후퇴를 불러오고 전력부족사태 지속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상황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부가 수익에 간여하는 만큼 민간기업의 시장참여가 위축되고 그나마 참여를 결정한 사업자들도 투자를 받지 못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간 기업들은 수익 조정으로 한전이 구입전력비를 낮추면 전력 공급원가를 낮추는 단기적인 효과는 있지만 산업은 활성화할 수 없다며 시장경쟁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보정계수는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상황에서 고안된 기형적인 제도로 이를 폐지하고 새로운 시장 효율적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자석탄화력 수익 조정 `해법` 없나
민자석탄화력 수익 조정의 근본적인 문제는 국내 전력시장 가격결정 구조인 SMP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발전원 사용에 따라 전력 구매비가 결정되는 SMP 구조에서는 원자력이나 석탄화력 같은 기저발전이 60%, LNG 등 첨두부하가 40%로 비중으로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국내 전력시장은 첨두부하가 90% 이상으로 SMP를 결정하고 있다. 각종 에너지 소비가 전기로 일어나다보니 주·야간 상관없이 LNG 발전설비 운전이 계속되면서다. SMP 가격이 높다보니 자연스레 기저발전 초과이익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저발전 비중을 늘려 SMP를 낮추는 것이다. 이 점이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일단 지금의 시장구조에서는 민자석탄화력의 이익이 과도해 이를 조정하려고 하지만 자칫하면 시장 진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SMP 인하 열쇠를 쥐고 있는 민간 기업 석탄화력 진출을 스스로 막아 기형적인 가격구조를 계속 이끌어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발전용 LNG 가격이 비싸 SMP가 높게 나오는 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발전용 LNG 가격이 일반 도시가스 가격의 70% 수준을 넘다보니 그 부담이 전력시장으로 고스란히 넘어온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일반 도시가스 요금을 보전하기 위해 발전용 LNG 비용을 높게 잡아 전력시장이 가스시장의 부담을 메꿔주는 모양새라며 이를 에너지 산업 교차보조라고 표현하고 있다.
정부 정책방향은 민자석탄화력 수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조정 방법으로 보정계수를 도입할 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이 되면 신규 원전 건설로 SMP가 낮아지는 만큼 섣불리 민간기업의 수익에 간여하는 제도를 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적인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과 도매 부문만 개방된 기형적인 시장구조상 특수성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지만 법적 근거는 약하다.
정부는 △발전사들의 원가절감 유도 △시장 경쟁 활성화 △재벌 혜택 논란 방지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민자석탄화력 수익 조정 대책을 검토해 나갈 방침이다.
◆SMP 보정계수란
한전은 민자석탄화력 수익 조정 방법으로 보정계수 적용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보정계수 적용 대상을 현행 한전이 50% 초과지분을 소유한 발전회사 발전기와 부생가스 발전기에서 민자석탄발전기로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다.
발전사 수익을 조정하는 제도는 전력시장이 분할된 2001년부터 존재해 왔다. 가장 처음 도입된 제도는 기저한계가격으로 기저발전만의 계통한계가격을 매기는 방식이었다. 한전의 전력 구입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국제 석탄가격 급등으로 전력 구입비가 증가하면서 폐지되고 2007년부터 기저상한가격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상한가격은 기저발전의 구입비를 제한하는 방법이었지만 이 역시 석탄가격 상승으로 석탄화력과 LNG 발전의 수익격차가 심화하면서 폐지됐다.
현재의 전원별 SMP 보정계수는 2008년 5월부터 도입됐다. 그동안 기저발전기에 대해서만 가격규제를 하던 것이 모든 발전기에 대해 수익 조정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셈이다. 약 5년간 보정계수는 전력시장에서 원가이하의 전기요금으로 발생하는 한전 적자와 발전자회사들의 수익격차 폭을 줄이는 역할을 해왔다.
지금까지 보정계수가 민간발전소에 적용된 사례는 제철소의 부생가스를 이용한 현대그린파워와 광양부생복합발전소 정도다. 제철소 부생가스 발생이 한전에서 제공한 전기를 이용한 것으로 수전단가 차익을 해소해야 한다는 게 보정계수 적용 이유였다.
한전은 같은 의미에서 연료변동비가 저렴한 민자석탄화력에도 보정계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관련 작업은 지난해 3월부터 진행돼 왔다. `전력거래 가격을 전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가격으로 한다`는 전기사업법 제33조의 내용에 `구체적인 정산방법은 시장운영규칙에 따른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기본 가격결정법은 시장원칙에 따르지만 필요에 따라선 별도 운영규칙을 만들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주요 민자석탄화력 사업 진출 현황
자료: 한국전력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