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빅3, 유통시장 지각변동의 핵 전면 부상
팬택이 모바일 종합 마케팅 자회사를 설립한다. 자회사를 통해 자체 유통도 강화할 계획이다. 오는 5월 제조사 직접 판매가 가능한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에 맞춰 독자적인 고객 접점 확대 전략이다.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어 팬택까지 독자 유통망 확충 경쟁에 가세하면서 통신사 중심의 휴대폰 유통시장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팬택은 이달 초 모바일 마케팅 독립법인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국내마케팅본부를 이끌어온 박창진 전무가 직접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전략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마케팅 독립법인은 이르면 다음 달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이 지난 2010년부터 시범 운영해온 체험 매장 `라츠`를 확대하는 자체 유통 사업 강화도 포함될 예정이다.
팬택은 서울 강남과 종로 등 6곳에 오프라인 라츠 매장을 운영한다. 온라인 쇼핑몰도 병행하는 라츠는 휴대폰뿐만 아니라 디지털카메라, PMP 등 IT기기와 액세서리를 판매한다.
마케팅 법인 초기 자본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매장 확충을 위한 부동산 확보에 거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팬택 관계자는 “신사업을 추진을 위한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통 전문 회사는 아니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응한 자체 유통망을 확충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신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모바일 유통망 확충 움직임도 빨라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40여개로 늘린 `모바일숍`을 올해 100여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디지털프라자를 운영하는 유통 자회사 리빙프라자에 13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LG전자도 가전유통 대리점과 별도로 모바일 전문 매장을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휴대폰 제조사가 일제히 독자 유통망 마련에 나선 것은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으로 제조사 판매 마케팅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체 유통으로 큰 이익을 남기지 못하더라도 고객 접점 확대 경쟁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조바심도 작용했다.
통신사 독점이 깨지면서 `통신사-대리점-판매점`으로 이어진 휴대폰 유통 구조의 대개편도 예상된다. SK텔레콤·KT 통신사는 이 때문에 유통 계열사 등을 기반으로 대규모 체험매장을 확충하는 등 대응 방안을 고민한다.
통신사 유통 담당 한 임원은 “휴대폰 제조사 자체 유통망은 돈을 벌기보다 고객 체험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마케팅 차원이 강하다”며 “다만 5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도입할 블랙리스트 제도의 세부 내용에 따라 제조사 운신의 폭이 커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