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이슈] 에너지제로하우스
“누구든 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집의 생김새나 공간의 특질에 대해서 기술하는 것은, 은근히 사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인생 전체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공공건축`과 `감응의 건축가`로 널리 알려진 故(고) 정기용 선생의 에세이 `나의 집은 백만평` 일부분이다. 한국사회에서 `집` 논란은 `하우스 푸어`부터 작은 평수에 저렴한 비용으로 단독주택을 짓는 일명 `땅콩집`까지 사회 전반 화두다.
하지만 이제 집을 소유하고 거주하는 것에서 나아가 유지비용, 환경 보호까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집은 인간이 먹고 자고 휴식을 취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공간인 동시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공간이다. `새집증후군`이나 `친환경 건축재료`가 인간과 건물 간 관계나 건강만 강조했다면 새로운 건축은 인간과 집이 있는 공동체, 환경 개념을 함께 고민한다. 미래는 인간의 삶이 출발하고 가족이 함께하는 집의 변화에 달려 있다. `에너지 제로 하우스`는 집의 미래다.
◇집, 환경과 호흡한다. 패시브 하우스에서 에너지 플러스 하우스까지=에너지 자급자족을 의미하는 `에너지 제로 하우스`는 석유나 가스 등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태양광·태양열·풍력·지력 등을 이용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단순히 냉·난방에서 나아가 텔레비전, 컴퓨터 등 가전제품 작동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추구한다. 건물 유지비용 자체를 줄이는 경제적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 폐기물로 발생하는 환경 파괴도 최소화한다. 에너지 제로 하우스는 `그린 홈`이나 비슷한 의미의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로 불리기도 한다.
친환경 개념이 먼저 자리 잡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일찍이 `탄소 제로 도시(Carbon Zero City)`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환경 보호 정책을 추진하는 독일은 앞선 개념의 에너지 제로 하우스 사업을 오래전부터 펼쳐왔다.
실제로 패시브 하우스 등록증을 발급하는 독일에서는 패시브 하우스 조건을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단위면적(㎡) 당 연간 난방에너지 요구량이 15㎾h 이하여야 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에 앞서 고효율 열교환환기장치나 단열재료 등을 이용해 버려지는 열을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계장치보다 건물 설계 차원에서 내외부 간 기온차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패시브 하우스는 외부에서 다른 에너지를 끌어오지 않고 고효율 단열재 등을 이용한 다소 소극적인 에너지 절약형 주택이다. 단열재나 환기 설계를 정밀하게 설계해 외부 공기와 내부 공기 순환에서 발생하는 열 손실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자연과 호흡한다고 할 만하다.
여기서 더 나아간 에너지 제로 하우스는 석유나 가스, 전기 등 화석 에너지 대신 태양열이나 풍력 등을 스스로 생산, 소비하는 적극적 개념이다. 풍력발전, LED 조명, 연료전지, 홈 네트워크 등 스마트 IT도 활용된다.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 소비를 극도로 줄이는 것에서 나아가 에너지를 생산해 에너지 플러스 하우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정책적 자원에서 추진되는 에너지 제로 하우스=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논란이 일본 동북부 대지진 이후 바다 건너 우리 사회에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급격한 산업화 이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고갈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이어진 부작용은 온실효과, 오존층 파괴 등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재해로 나타나고 있다.
뉴욕, 도쿄, 상하이, 서울 같은 불야성의 메트로폴리스는 그 자체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거대한 에너지 `블랙홀`이나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폐기물을 재활용한 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이 미래 기술로 지정되기도 하고 정책적으로 `그린 홈` 등 에너지 제로 하우스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정부도 2017년까지는 패시브 하우스를, 2025년부터는 에너지 제로 하우스 도입 의무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 현상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이 전 지구적 과제가 된 이상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과 환경보호는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목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비롯해 대기업도 본격적으로 에너지절감과 환경보호를 위한 공동주택 연구개발을 시작, 실제로 건설에 착수했다. 이는 그 동안 기존 건물 건축에 비해 갑절 이상 비용을 요구하던 투자비용이 상당 기간 연구와 기술을 바탕으로 낮춰지고 그 필요성은 높아졌기 때문이다.
에너지관리공단 발표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제로 하우스 건축에 들어가는 비용은 기존 건축 공사비에 7~10%, 신재생에너지 도입 기계설비로 10~15%가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이는 일반 건축비에 최고 25%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다. 에너지괸리공단은 투자비용 회수 기간을 10년으로 바라봤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에너지 제로 하우스는 당장에 새로운 대체 에너지 자원을 생산하기보다 기존 주택의 열 손실을 줄이고 저비용으로 고효율 주택을 만드는 패시브 하우스 보급을 시작으로 다가오는 2025년 공동주택의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미 정부는 신축주택 100만가구, 기존주택 100만가구를 선진국형 `패시브 하우스`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7년까지 냉·난방에너지 90% 절감, 2025년부터는 제로 에너지 수준 건축물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