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갤럭시 카(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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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시장 개화가 예상보다 더디다. 시장 형성이 늦어지면서 산업계도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에선 전기차 후방산업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구를 살리자는 친환경 개념에서 출발한 전기차 사업은 세계적으로 거대한 벽에 부딪쳤다.

우리는 가솔린 자동차 산업계 후발 주자다. 소비자의 희생을 볼모로 세계 5위 생산국이라는 지위는 확보했지만, 여전히 핵심경쟁력 측면에선 선도국과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사실 100년 축적된 세계적 기업들의 노하우를 뛰어넘겠다는 것 자체가 과욕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답보한 전기차 산업생태계는 우리에게 호기를 제공한다. 세계적 자동차 기업들이 가진 핵심 경쟁력은 내연기관을 채택한 엔진에 기반한다. 전기차에 대한 접근도 현재 승용차를 계승하는 고정관념을 넘지 않는다. 4인 기준에 140마력, 한번 충전에 300~500㎞ 주행이 기본 스펙이다.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이를 충족할 배터리 기술력 개발과 배터리 교체 방식을 고민한다. 더욱이 그들의 깊숙한 속내에는 수익과 경쟁력이 담보되는 가솔린 자동차 시대를 지속하고픈 마음이 숨어있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것은 시장지배사업자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가 보는 전기차는 말 대신 내연기관을 탑재한 승용차의 연장선상에 있다. 전자업체 시각에서 본다면 다르다. 전기차는 `네 바퀴 달린 혁신적인 정보기기`의 하나다.

엔진 성능은 전기차의 부수적인 경쟁력이다.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과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 등 현 가솔린 자동차의 부가기능이 핵심 경쟁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고속도로를 시속 200㎞로 달리는 전기차를 살 것인지, 쇼핑센터·자녀 학원·근거리 출퇴근용 `바퀴 달린 정보기기`를 살지는 어디까지나 소비자 필요에 따른 선택이다.

인포테인먼트와 안전성을 확보한 `네 바퀴 달린 정보기기`는 운송 수단(세컨드 카)을 갖춘 통신·엔터테인먼트 기기라는 새 시장을 창출한다. 우리에게 스마트폰 쇼크를 안긴 애플도 기존 휴대폰시장이 아닌 `무선통화기능이 있는 초미니 휴대형컴퓨터`라는 새로운 영역의 시장을 만들어 통신기기 시장까지 잠식했다. 애플에게 휴대폰은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시장잠식) 품목이 아니기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자동차제조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삼성·LG야말로 신개념 전기차 영역 창출에는 적격 후보다. 특히 삼성은 승용차 제조 경험이 있고, 이미 배터리·소재 부품·유무선 충전 기술, 디자인력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까지 갖고 있다. `네 바퀴 정보기기`를 만들어낼 모든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한국발 `스마트 카 쇼크`를 기대해 본다.


심규호 전자산업부장 khs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