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리베이트 환수`에 휴대폰 판매점만 울상…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박 모씨는 지난달 수익 120여만원 중 실제 손에 쥔 건 33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이동통신사에 모조리 `환수` 당했다.
박 씨의 사정은 이렇다. 그의 판매점에서 KT 휴대폰을 산 고객 중 한 명이 개통 20일 만에 해지했다. KT가 박씨에게 물량을 공급하며 단 조건은 `3개월 이내 해지 시 출고가 전액 환수`다. 이 조건에 따라 판매한 KT테크 `타키`의 출고가 52만8000원이 수익에서 차감된 것이다. 3개월 이내 정지·요금제 변경 등의 건수가 겹쳐 실 수령액이 대폭 줄어들었다.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인 휴대폰 판매점이 이런 피해를 입는 구조는 이통사·대리점의 정책 때문이다. SK텔레콤·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대리점에서 판매 물량과 리베이트(판매 장려금)를 공급받는 판매점은 `5만4000원 요금제 유지 3개월 이상·부가서비스 2개 및 보험 2개월 유지·6개월 이내 해지·정지·명의이전 금지` 등 조건을 제시받는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유지를 위해서다. 통상 판매점은 익월 25일 정산을 받는 데 이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차감된 금액이 입금된다.
문제는 이통사 휴대폰 판매 대행 역할에 불과한 판매점이 모든 피해를 뒤집어 쓴다는 것이다. 계약 주체인 이통사는 고객에게 직접 부가 조건들을 제시하지 않고 판매점에 떠넘긴다. 판매점과 구입자 간에는 법적으로 계약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할인 분을 강제로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 대리점을 통해 판매점으로부터 리베이트를 환수하는 이통사는 `별도 소명절차와 환수분 재지급은 없다`고 못을 박는다.
박 씨는 “전산시스템에 조건 미유지 가입자에 추가 대금을 요구하는 조항만 넣으면 되지만 고객과 분쟁을 극도로 꺼리는 이통사가 판매점에 책임을 넘기고 있는 것”이라며 “이통사에서 물량을 주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 없는 입장이라 항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른바 `폰테크` 족이나 경쟁 대리점은 이를 악용한다. 폰테크란 각종 부가 조건과 함께 단말기를 싸게 구입한 후, 중고 시장에 더 비싼 값에 내다 팔아 차액을 챙기는 사람을 일컫는다. 또 경쟁 대리점이 타 대리점 판매망을 약화시키기 위해 이 같은 행위를 하기도 한다. 한 휴대폰 판매상은 “구입자에 직접 전화를 걸어 몇 만원이라도 받아내는 판매점도 있지만 이마저도 이통사 눈치가 보인다”며 “민사 소송을 걸면 모르겠으나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리베이트 환수를 피하기 위해 일정 기간 후 현금을 지급하는 방법을 쓰는 판매점도 있다.
이통사는 각 대리점의 자체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본사의 정책이 아니라 대리점이 부과하는 조건”이라며 “본사가 대리점과 판매점 거래에 직접 개입할 수 없지만 주의를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리점은 “가입 3개월 이내면 우리가 해지해주지 못하니 구입한 대리점과 상의하라”는 `동업자 의식`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