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 난립 중인 대학 차세대 시장 `대안 필요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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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대학교들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 줄을 잇고 있다. 상반기 서울대를 비롯해 한양대·이화여대·세종대 등이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고려대·단국대·건국대와 KAIST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향후 1~2년간 붐을 이룰 대학 차세대 시장이 고유의 특성으로 인해 고질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 정보화 시장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별 격차 크고 개발 중복성 심각=업계가 지적하는 대학 정보화 시장의 고질병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정보화 수준의 대학별 격차다. 성적순으로 매겨지는 대학별 격차가 정보화 시장에도 투영된다. 대학이 가진 예산에 따라 시스템 투자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돈있는 유명 대학이 유리하다. 유명 대학은 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차세대 시스템에 투자하는 반면, 지방 영세 대학이 집행할 수 있는 금액은 20억원을 밑돈다. 이로부터 야기된 정보화 수준 차이가 학생이 누릴 수 있는 교육 수준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

대학 정보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능을 개발하는 데 약 10억원의 고정비가 든다 치면, 큰 대학은 10억원을 쓰고도 90억원이 남지만 작은 대학은 10억원을 쓰고 나머지 절반으로 모든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개발 중복성이다. 각 대학별로 예산 규모는 다르지만 시스템 기능은 거의 동일하다. 이 때문에 수백개 대학이 같은 기능을 중복해서 다시 개발하는데 예산과 시간의 상당 부분을 쏟고 있다는 점이 대학 정보화 시장의 난점이다. 대학 마다 특화된 부분은 전체 시스템의 10~20% 가량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세 번째 문제는 대학 정보화 시장 특유의 발주 및 수주 관행이다. 기업 정보화 시장에 비해 발주자의 IT 이해도가 낮고, 제안요구서(RFP) 조차 명확치 않다는 것이 대학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 담당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대학 IT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대형 IT서비스 기업들 조차도 주로 턴키 방식의 외주 개발을 진행, 결국 서드파티 업체들만 짐을 짊어나가는 형세다.

◇국가 주도 `공통 플랫폼` 기대=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시도한 것은 지난해 본격화된 공통 플랫폼 사업이다. 국공립 대학과 사립 대학이 양 갈래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는 대학 공통 플랫폼 사업은 올해 진행형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국공립 대학 공통 정보 시스템 구축 사업에는 약 1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LG CNS와 토마토시스템 등이 참여해 있는 사업은 현재 국회에서 예산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으며 올 9월 경이면 본 사업에 착수한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 주도하고 있는 사립 대학 공통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에는 약 30억원이 미만이 투입된다. 행정 부문에 한해 진행되는 이 사업에는 대우정보시스템 등이 참여해 있으며 8월 말이면 개발이 완료된다. 하반기에만 5개 대학이 시범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다.

영세한 대학도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표준 공통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이같은 시도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좋은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교육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가는 클라우드 개념까지 접목해 사용료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모델도 만든다는 복안이다.

일부 전문가는 국공립 대학 상당수가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마친 시점에 국가 예산이 여전히 국공립 대학에만 편중돼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국공립 대학과 사립 대학의 학사 행정이 대동소이 한만큼 양 갈래를 통합한 하나의 공통 플랫폼 및 솔루션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란 의견이 나온다.

◇수·발주 악습은 고쳐야=긍정적 대안은 육성하고 악습은 없애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먼저 국가 주도의\ 공통 플랫폼 사업의 경우 육성책이 절실하다. 송희경 대우정보시스템 서비스사업단장(상무)은 “대학 정보화 산업 발전에서 봤을 때 공통 플랫폼 사업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같은 시스템을 중복해서 개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공통 솔루션을 통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분야 전문가 육성책도 필요하다. 국내 영세 업체 전문가도 견디다 못해 대우가 좋은 SAP·IBM, 오라클 등 외산 SW 업체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발주와 수주 관점에서는 발주자와 공급자 양측 모두 개선이 필요하다.

대학 정보화 업계에서 손 꼽히는 발주자의 악습은 크게 △납기 등 계약 사항에 대한 낮은 인지도 △명확치 않은 요구 사항 △수시 추가 및 변경 요구 △개발량에 비해 적은 투자 예산 등이다. 기업 시장에서는 기업이 실제 생산하는 제품 납기를 중시하기 때문에, IT 담당자 또한 납기에 대한 인식이 높다. 한번 계약한 사항의 엄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학 담당자들은 발주자 입장에서 납기 등 계약 사항을 조정하는 경우가 기업 시장보다 30~50% 가량 더 많다.

개발 초기 명확치 않은 요구 사항도 문제다. RFP에 한줄 가량 들어가 있는 개발 화면수가 후일 수백~수천개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이는 발주자의 IT에 대한 이해도와 연관돼 있다.

공공 기업 및 기업의 통합 시스템에 책정되는 금액 대비 턱없이 낮은 금액도 문제다. 기업 및 공공 시장에서 최소 500억~수천억원에 달하는 프로젝트와 맞먹는 규모의 개발이 대학 정보화 시장에서 30억~50억원에 못미친다. 많은 전문 영세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이유다.

공급자의 악습은 주로 △대학 솔루션 투자 미비 △턴키 외주 아웃소싱 △전문가 부족 등이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학 정보화 시장의 대형 기업들조차 대학 관련 IT에는 투자를 꺼리고 있다. 3·4자 업체에 일감을 나눠주는 중간 사업자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전문 업체 생존율이 낮고 전문가 수도 적다. 자체 솔루션을 가진 대우정보시스템과 토마토시스템, 이스윙 등 소수 업체들만이 연명하는 수준이다.

턴키 외주 아웃소싱 방식은 통합 관리가 가능하면서 전문 업체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반면, 공급망 후방 업체들의 부담이 커 도산하거나 적자를 입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프로젝트 이후 문제가 발생해도 대기업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유지보수 조차 어렵게 된다.

업계에서는 전문 업체와 전문가 육성이 활성화 될 경우 일본·중국 등 대학 정보화 시장이 낙후된 국가로의 대학 IT상품 수출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표]대학 정보화 시장의 주요 문제점과 대안

[표]대학 정보화 시장의 발·수주 악습

[CIO BIZ+] 난립 중인 대학 차세대 시장 `대안 필요한 시기`
[CIO BIZ+] 난립 중인 대학 차세대 시장 `대안 필요한 시기`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