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2차전지 산업은 지난해 큰 이정표를 세웠다. 소형 2차전지 부문에서 처음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전지 분야 권위 있는 일본 정보기술연구소(IIT)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시장 점유율 23.6%로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LG화학은 점유율 16.4%(3위)를 기록, 2위 산요(18.1%)를 바짝 뒤쫓았다. 삼성SDI와 LG화학 두 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40%. 일본은 35.4%로 처음 선두 자리를 우리나라에 내줬다.
2차전지 세계 1위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일본 소니가 1991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나선 후 우리나라에선 LG화학이 1999년, 삼성SDI는 2000년에 비로소 2차전지 사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10년이나 출발이 늦었지만 상용화 10년만에 전지 강국 일본을 역전하는 쾌거를 거뒀다.
당분간 선두 자리는 유지될 것 같다. IIT는 삼성SDI가 시장 점유율을 늘리며 독주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LG화학도 18.6%의 점유율을 차지, 지난해 3위에서 올해 2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 전지 산업 위상은 이렇게 세계적 수준에 올랐지만 정작 국내 관심과 지원은 부족하다. 단적인 예로 산업 규모나 추이를 알 수 있는 통계 하나 없다. 소재 분야로 들어가면 더욱 심하다. 산업 주체들이 누군 지 제대로 파악조차 안된다. 그나마 협회가 지난해 말 출범해 빈 곳을 채워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산업의 규모나 중요성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전자기기에서 반도체가 두뇌, 디스플레이가 얼굴이라면 2차전지는 `심장`이다. 전지 없이 동작 자체를 할 수 없다. 2차전지는 휴대폰·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를 넘어 자동차와 전력저장장치 등 에너지 분야로 영토를 넓혔다. 일본은 비록 소형 부문에선 우리에게 역전 당했지만 자동차 분야에선 수년 앞서 있단 평가다. 힘들게 정상에 올라도 내리막길은 가파를 수 있다. 산업 주체 뿐 아니라 정부의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