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하반기부터 대만·일본 업체로부터 스마트폰용 고화소 카메라모듈을 대량 공급받는다. 고화소 카메라모듈을 대만 업체에서 조달하기는 처음이다. 국산화 이후 일본 업체로부터 다시 사들이는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표면적으로는 지난해부터 야기된 공급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구매처 다변화 전략이다. 조만간 국내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판가 인하를 시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대만 라이트온과 일본 샤프를 최근 각각 1차 공급사로 선정하고, 하반기부터 500만화소급 카메라모듈을 구매하기로 했다. 대만 라이트온은 HTC·폭스콘·플렉스트로닉스 등 전자제품제조전문기업(EMS)이 주 고객사다. 대만 업체 중 고화소 카메라모듈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저가 휴대폰 및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용 30만·130만화소급 제품에 한해 대만·중국산을 사용해왔다. 품질 문제와 카메라 기술 유출 우려 때문이다. 스마트폰용 고화소 카메라모듈을 대만에서 대량 구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샤프를 500만화소 카메라모듈 공급사로 선정한 것도 이례적이다. 삼성전자는 초기 카메라폰 제조 당시 일본 부품을 사용했지만, 카메라모듈을 국내에서 조달한 뒤 CMOS이미지센서(CIS)·이미지신호프로세서(ISP)·자동초점 액추에이터(AFA) 등 핵심 부품까지 국산화해왔다. 샤프는 삼성전자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용 고화소 카메라모듈 주 협력사라는 점에서 신규 공급사로 참여시킨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당장 고화소 카메라모듈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구매처 다변화로 수급 안정을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베트남 공장에서 800만화소 카메라모듈 제조를 시도할 정도로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글로벌 운영실장을 맡은 김재권 사장이 최근 구매 업무를 직접 챙기면서 전반적인 구매전략 변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풀이된다.
김 사장은 얼마 전 무선사업부 구매팀 임원의 절반을 교체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업계는 지난해 카메라모듈 공급난으로 생산 차질을 우려해야 할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한 인사로 본다. 해외 업체로 고화소 카메라모듈 구매처를 다변화하면서 이번 기회에 국내 협력사들에는 강도 높은 판가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관행을 볼 때 해외 업체들은 원가 이하 수준이라도 우선 진입하면서 거대 고객사인 삼성전자를 뚫으려 할 것”이라며 “국내 카메라모듈 협력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측은 “카메라모듈 구매처 다변화는 물론이고 국내 협력사를 대상으로 가격 인하를 추진할지도 일절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