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 막 오른 `스마트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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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가 지난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해외 출장을 주목했다. 정보통신기술(ICT)산업계가 아니라 자동차산업계다. 출장지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아니라 독일 뮌헨이다.

이 사장은 그곳에서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 회장, 피터 뢰셔 지멘스 회장을 만났다. 두 회사는 고급차와 산업기업의 대명사격이다. 회동에 삼성SDI와 SB리모티브 대표가 동행했다. 각각 전지·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전문 업체다. BMW는 SB리모티브 고객이다. 삼성이 두 독일 회사와 자동차 협력을 논의했음을 짐작케 한다.

그런데 지멘스는 전자장치(전장)부품 자회사를 독일 콘티넨탈에 넘겼다. 콘티넨탈은 메르세데스벤츠, BMW를 고객으로 둔 회사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을 선언했다. 이재용 사장의 독일 출장이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BMW와 안정적인 거래선 확인과 신규 사업을, 지멘스와 `자동차+ICT` 협력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LED, 헬스케어 논의는 옵션이다.

마침 애플 자동차 사업 진출설이 다시 나돈다. 애플의 중국인 전장부품 엔지니어 채용 공고가 알려졌다. 업계는 이른바 `아이카(iCar)` 프로젝트가 본격화한 신호로 해석했다. 아이폰처럼 중국업체를 통해 `아이카`를 위탁 생산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조금 섣부르다.

애플이 아이팟 이후 일관한 것은 콘텐츠 소비다.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다면 차내 콘텐츠 소비에 집중할 것이다. 차 안은 새로운 콘텐츠 소비 공간이다. 이를 차지하려고 애플은 차내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확 바꾸려 한다. 운전대 앞의 계기판, 바로 옆 내비게이션, 아래 조작 부분에 손을 댈 것이다. 관련 특허도 수두룩하다. `시리`로써 자동차 UI 필수인 음성인식기술도 확보했다. 애플 자동차 전략은 `아이카`보다 `아이대시보드(iDashboard)`에 가깝다.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자동차를 향해 바삐 움직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포드, 구글은 GM 등과 `스마트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인텔도 관련 기술 확보에 1억달러를 쏟아붓는다.

자동차, 통신사업자도 뛰어들었다. 포드는 지난주 MWC에서 운전자 스마트기기를 무선으로 내비게이션에 연결해 음성으로 제어하는 `싱크(SYNC)`를 선보였다. 지난 1월 미국 `CES 2012`에 현대차, 벤처, BMW, 아우디 등이 경쟁적으로 `커넥티드 카`를 선보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SK텔레콤, NTT도코모도 MWC에서 스마트폰 중심 스마트카를 선보였다.

스마트카 경쟁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물밑에 있었다. 올들어 확 달라졌다. 그간의 제휴, 협력 결과물이 나올 때가 됐다. 더 큰 이유는 수요가 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업체마다 이렇게 판단한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도 작용한다. ICT와 자동차 산업 모두 올해 정체가 예상된다. 획기적인 돌파구가 필요하다. ICT업체는 자동차를, 자동차업체는 ICT를 새 대안으로 삼았다.

아직 초기 단계다. 업체마다 합종연횡으로 힘을 비축하면서 기존 사업의 연속성을 중시한다. 삼성, 인텔 등은 하드웨어에, 애플, MS, 구글은 콘텐츠 플랫폼에 집중한다. 조만간 달라질 것이다. 삼성은 플랫폼도 넘본다. 이재용 사장의 지멘스 방문을 의미있게 보는 해석이다. 애플은 전지기술을 보유했다. 하드웨어 영역도 침범할 것이다.

자동차업체는 ICT업체를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그저 협력사일 뿐이다. 당분간 그럴 것이다. 그런데 머잖아 바뀐다. 스마트카 수요가 본격화하고 전기차까지 등장하면 자동차와 ICT업체간 주도권 싸움은 본격화한다. 손에 쥐는 게 아니라 사람이 안에 들어가는 모바일기기를 놓고 글로벌 업체들이 무한도전에 돌입했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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