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회사들의 독립경영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계열사에서 분리돼 시장형 공기업 1년을 맞은 발전회사들은 올해부터 재무구조 안정화와 해외사업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시장형 공기업이 되면서 경영평가 기관이 기획재정부로 바뀌었다. 각종 평가절차가 까다로워졌고 책임경영과 권한은 더욱 강화됐다. 발전사들은 최근 경영화두인 마이스터고 채용 확대와 전력수급 안정화·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등 사회적 기업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시장형 공기업으로 1년을 맞는 발전사들의 중소기업, 발전소 인근 지역 동반성장 전략과 마이스터고 채용 확대,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기여도를 10회에 걸쳐 집중 분석해 본다.
◇시장형 공기업 1년 “우리는 발전회사다”=한국수력원자력·남동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시장형 공기업 전환 첫 돌을 넘긴 발전회사들은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따라 2001년 한전에서 분리 발족한 6개 발전회사들은 지난 10년간 걸쳤던 한전 자회사의 옷을 벗고 홀로서기를 위한 새 옷 마련에 한창이다. △국가 전력공급 로드맵 △해외시장 진출 △신재생에너지 사업 △상생협력 사업 등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독자 경영에 따른 자기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한전의 그늘에서 벗어나 성장동력을 수립해야 하고 그 책임 또한 커졌다는 불안함도 있다. 지금까지는 안정적인 전력공급만 챙기면 됐지만 앞으로는 수익성 강화·대외협력·사회적 책임의 짐도 함께 짊어져야 한다.
대외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연료비 상승·온실가스 에너지목표관리제·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등의 난제를 해결해야 함과 동시에 지난해 9·15 순환정전 사태로 전력생산이라는 기본 업무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쌍둥이처럼 함께 시작해 항상 비교대상이 되는 다른 발전회사들과의 경쟁도 신경 써야 한다.
발전회사들은 대대적인 혁신 작업에 들어갔다. 6시그마 등 수익성에 중심을 둔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원가 절감과 현장 프로세스 부문에서도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하기 좋은 기업(GWP)`과 같은 기업문화 개선 작업도 한창이다.
그동안 미진했던 해외시장 개척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양해각서 교환 수준에 머물렀던 해외사업들이 실계약으로 이어지고 있고 각 사별로 주요 해외시장 거점을 확보하거나 지난 한 해 동안 사업 규모가 10배 가까이 성장한 곳도 있다.
6개 발전회사는 10년 뒤 비전으로는 모두 매출 10조가 넘는 글로벌 에너지회사로의 성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중 해외사업 비중은 3조~5조원 규모를 육박할 전망이다.
◇경쟁과 협력의 조화=발전회사들이 분리된 것은 `경쟁을 통한 산업 성장`이 이유였다. 이는 주효했고 발전사들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발전소 설비 고효율화와 용량 확대에 힘쓰고 있다. 그 결과 발전회사들이 한 해 동안 생산하는 총 전력량은 한전에서 분리된 첫해 27만GWh에서 현재 두 배 가까이 늘어난 50만GWh 수준이다. 각 사별로 1조~2조원 사이를 맴돌던 매출규모도 4조~5조원으로 확대됐다.
수익·해외사업·성장동력·인력·문화 모든 면에서 뒤처지기 싫어하는 그들이지만 필요한 부분에서는 힘을 모으며 경쟁과 협력의 조화를 보여준다. 지난해 12월에는 동절기 전력수급기간을 앞두고 6개사 사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다짐대회를 갖기도 했다.
시장형 공기업 전환과 함께 발족한 발전회사협력본부 역시 소통과 협력의 대표적인 사례다. 협력본부는 과다경쟁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막기 위해 설립했다. 정부와 발전회사 그리고 노동조합 간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발전회사들은 협력본부를 중심으로 정비예비품 교환과 유연탄 물량교환 등의 협력을 도모한다. 지난해에는 25개 주요 정비품을 공동구매하고 8개 정비예비품을 상호 교환해 476억원의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유연탄 수급에서도 상호 물량교환과 선박물량 교환으로 각각 207억원과 13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올해는 유연탄광 공동개발도 목표하고 있다.
이는 한전에서 시작한 태생적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서로를 견제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지만 연료비 상승·전력수급 위기와 같은 공통 현안이 생기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합심하는 형제애를 발휘한다.
◇한전 자회사가 아닌 발전회사의 이름으로=시장형 공기업으로 첫발을 내딛는 발전회사들의 공통된 고민은 인지도다. 한수원·남동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은 국가 총 전력설비의 85%를 담당하고 있지만 6개사 이름을 모두 아는 사람은 드물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대외 인지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다. 시장형 공기업 전환 이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사회봉사활동과 재래시장·학교·중소기업과의 자매결연도 그 일환이다.
발전회사들이 내세우는 키워드는 세계화·녹색경영·상생협력이다. 특히 해외사업은 더 이상 한전의 이름이 아닌 각 발전회사의 사명을 내건 사업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단호하다. 빠른 경제성장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동남아시아 인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발 빠른 영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발전소 건설과 운영, 전력판매는 물론이고 집단에너지사업·전력컨설팅사업·자원개발사업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며 진출기회를 엿보고 있다.
녹색성장은 지속성장가능성 측면에서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환경오염의 대명사로 낙인찍혀 온 석탄화력발전소는 친환경 발전소로 거듭났고,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국내외를 넘나들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생협력 부문에선 타 공기업에 귀감이 되고 있다. 마이스터고와 협약을 맺으며 가장 먼저 고졸인력 채용에 나섰으며 발전소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사업도 벌이고 있다. 협력 중소기업과는 공동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고 협력사 시제품의 상용화를 위해 자사의 설비를 빌려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발전회사들은 2020년까지 친환경 발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협력사와 공생발전하며 세계 에너지산업을 리드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때가 되면 국민은 에너지산업 수출 첨병으로 6개 발전회사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