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통신료 포퓰리즘

바야흐로 정치시즌이다. 당장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시작으로 12월 대통령 선거까지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대기 중이다. 이제 2월이지만 벌써 공천 열기로 선거 정국이 무르익었다. 주요 정당과 후보자도 앞 다퉈 민심을 휘어잡을 공약을 쏟아낸다. 어느 때보다 민생과 복지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흥행몰이를 위한 선심성 공약이 줄을 잇고 있다.

방송통신판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게 통신료 인하다. 새누리당은 4월 총선용으로 통신요금 20% 인하를 선거공약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뜻 주머니가 가벼운 소비자 입장에서야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만 석연치 않은 게 사실이다. 통신요금 인하가 갖는 사회후생 효과보다는 산업 손실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신사업자는 기본료 1000원과 문자메시지 50건 무료를 골자로 통신요금을 인하했다. 요금에 권한이 없는 정치권이 방통위와 사업자를 압박해 요금을 낮췄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 논리로 결정돼야 할 요금을 인위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역시나 결과는 정치권, 사업자, 국민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무엇보다 수혜를 기대했던 소비자에게서 먼저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책 `약발`이 먹히지 않으면서 칭찬은 고사하고 오히려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요금 인하 정책이 소비자 마음을 얻기가 힘들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그러나 산업에 미친 파장은 상당했다. 소비자에게는 말 그대로 `찔끔`수준이었지만 기업에는 거의 `폭탄`이었다. 당장 외형은 성장했지만 실익은 감소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모두 지난해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KT경제연구소는 기본료 1000원 인하로 올해 전체적으로 매출이 526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LTE가입자에 따른 매출 증가분 3960억원을 훨씬 넘어서는 규모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도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결국 시장 왜곡으로 크게 반감한 셈이다.

이 뿐이 아니다. 이익이 감소하면 당연히 투자를 저울질하는 게 기업 생리다. 투자가 줄면 자연스럽게 서비스 수준이 떨어지고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결과적으로 산업도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큰 의미 없이 정치권에서는 생색내기식 정치 공약으로 요금 인하를 요구했지만 부메랑처럼 소비자와 정치권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온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통신요금 20% 인하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통신료 인하를 포함해 새로운 통신사 설립 등 여러 정책을 내놓았지만 모두 체면을 구겼다. 한 마디로 현실성 없이 인기에만 영합한 `포퓰리즘`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해는 달라야 한다. 국민과 산업을 위한 진짜 방송통신 정책과 공약이 무엇인지 정치권이 먼저 숙고해야 한다.


강병준 정보통신팀 부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