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 “게임의 공해적 측면”…논란 거세
이명박 대통령이 3일 학교폭력 등 최근 사회분위기를 염두에 둔듯 게임에 대해 “공해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콘텐츠 한류를 주도하며 지난해 22억1100만달러를 수출한 게임산업을 `공해`로 지목한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무역협회에서 열린 113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게임의 부작용도 살펴봐야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밤새 게임하다가 나와서 현실과 착각하고 옆에 사람 찌르는 일도 있지 않나, 게임 산업이 폭력적인 게임만 만들지 말고 유익한 것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발언의 앞뒤 맥락상 게임산업 발전에 대한 애정을 담았다고는 하지만, 실제 `공해` `사람 찌르는 일` 등의 자극적 표현까지 써야했느냐는 지적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게임업체 대표도 “대통령이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신 것 같았다. 전체 분위기도 게임업계를 일방적으로 다그치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화콘텐츠 수출 확대 전략을 논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을 스스로 사회병폐의 주원인으로 꼽은 것은 부적절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그렇지않아도 국민들 인식에서 몸둘바를 모르는 처지인데, 국정 최고책임자까지 이렇게 몰아붙이면 우리는 어디를 믿고 사업을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 원칙과 방향에 있어서도 전세계 흐름을 잘못 읽은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전세계적으로 폭력적인 게임만 하다가 게임 나쁘다는 공감대가 세계적으로 생기면 국제적인 규제가 있을 수 있다”며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 모두가 규제를 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전제하고 비즈니스를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게임이나 인터넷에 대한 각국의 규제는 동일 잣대로 적용될 수 없으며, 무엇보다 자율규제 및 탈규제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진호·김명희기자 jho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