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현재 5개월째 기관장 공석사태를 겪고 있다.KT통신연구소에 입주해 있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정문.
5개월째 기관장 공석인 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이하 수리연)가 파행운영으로 연구에 차질을 빚는 등 표류하고 있다.
2일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수리연은 용역비 등을 부풀려 계상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지난 해 8월 불명예 보직해임을 당했던 김정한 전 소장 이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수리연은 소장 궐위상태서 직제 순에 의해 하태영 선임연구부장이 5개월째 소장대행을 이어가고 있으나 예산편성과 과제수주 및 수행 등에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과제평가 및 조직체계 운영에서도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출연연 선진화 방안에 따라 수리연은 기초과학연구원(IBS) 부설기관으로 이전이 확실시 되고 있으나 이마저도 능동적인 대응은 어려운 처지다. 올해 들어서야 비로소 IBS에 들어갈 경우 인력이나 사업구조, 직원 신분 등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정리하고 있다.
내부분란도 있다. 소장 대행 체제가 들어서면서 연구소 직원들의 항명사태가 불거졌다. 정규직 중심으로 소장대행의 리더십 부재, 업무능력 부족, 직원 간 불신심화 책임을 물어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연구지원실장 교체도 소송으로 이어졌다. 수리연 측은 계약만료로 해임시켰다고 하지만, 이 건은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건으로 항소가 진행 중이다.
아마추어적인 직원 마인드와 역량은 더 큰 문제다. 최근 인사 책임자가 업무가 바뀌었는데도 인사화일이 있는 캐비닛 열쇠를 내주지 않고 버텨 행정마비 사태를 초래했다. 김 전 소장 시절엔 직원 간 업무시간에 온라인게임 스타크래프트를 하다 문제가 되는 등 보고 및 행정체계가 대학 동아리 수준 이라는는 지적이다.
수리연 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는 기초과학지원연구원도 애매한 입장에 빠졌다. 책임은 있지만, 실질적인 인사권 행사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하태영 직무대행은 “취임초 소통부재로 문제가 발생했으나 지금은 모두 해결된 상태고, 연구지원실장의 경우는 계약기간 만료로 구제할 방법이 없었다”며 “정부 측에 기관장을 서둘러 뽑아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연연 관계자는 “수리연과 같이 IBS 부설기관으로 편재되는 천문연구원은 지난해 5월 원장공모가 진행됐다”며 “모든 기초학문의 근간인 수학을 등한시하며 기초과학 육성을 부르짓는건 어불성설”이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그는 또 “수학 관련 양대 학회가 기관장 선정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올해 세계 수학교육자 대회와 오는 2014년 세계 수학자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라도 기관장 공모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리연 연간 예산은 131억원, 인력은 정규직 19명을 포함해 총 90명이다.
한편 세계적인 수학자 계열에 든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전 김 소장은 최근 검찰로부터 배임 혐의는 기소유예, 업무상 횡령 혐의는 무혐의 처분을 받은 상태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