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불법어업 기승엔 한국인 '얌체 어선'도 한몫

보험금 노린 `가짜고장` 신고에도 해경 함정 출동

바다에서 어선 고장으로 예인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나 해양 경찰의 중국 어선 단속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보험료를 타거나 기름 값을 아끼려고 허위로 고장신고를 하는 `얌체 어선`도 많아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장 나는 소형 어선들의 예인은 민간 자율 구조대에 맡기고 해경 함정은 중국 어선의 불법 어업 단속에 주력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30일 농림수산식품부와 해경에 따르면 2006~2010년 해경에 접수된 해난사고 신고 건수는 3천607건에 달했다.

신고 건수는 2006년, 2007년에 각각 614건, 663건에서 2008년 578건으로 줄었다. 2009년에는 1천2건으로 급증했고 2010년에도 750건에 달했다. 작년에도 해난사고 신고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난사고가 늘어나면 중국 어선의 불법 어업 단속은 힘들어진다. 해경 함정이 출동해 사고 어선을 항구로 예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어민들이 우리 영해로 들어와 치어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가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경은 올해도 이달부터 4월까지 불법어업을 집중하여 단속하기로 했으나 사고 어선에 발이 묶인 상태다.

고장 난 3t급 소형어선을 예인하느라 3천t급 해경 함정이 수백 km를 항해하다 보니 기름 값 등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경남 통영 해양경찰서 한 곳의 하루 유류비만 500만원을 웃돈다.

단속이 허술한 탓에 중국인의 불법 어업은 활개를 치고 있다. 중국 어선 나포 건수는 2010년 370건에서 작년 537건으로 45% 급증했고, 올해 1월에도 55건에 달했다.

고장을 신고하는 사례 가운데 상당수는 얌체 어선이다. 기름 값을 아끼거나 보험금을 타내려고 예인을 요청하는 것이다.

5년간 신고된 사례 중 해경이 어선을 실제로 예인한 것은 2천927건이다. 나머지 680건은 허위ㆍ오인 등 신고로 추정된다.

주로 먼 바다에서 활동하는 해경 함정들이 예인 요청을 받고 장거리를 이동했다가 그냥 되돌아가는 사례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소형 어선을 예인하려고 수천 t급 함정이 수시로 동원되는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민간 자율 해양구조단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해양구조단의 소형 선박을 동원하면 유류비가 약 10만원 정도이고 고장 난 어선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해양구조단의 고장 선박 예인 능력이 갖춰지면 해경은 중국 어선의 불법 어업 단속에 주력할 계획이다.

정부는 어민들이 자발적으로 해양구조단 기금을 늘리면 일부 금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양구조단 소속 민간 어선은 2천여척이지만, 예산과 홍보 부족 등으로 작년 예인 실적은 166건에 그쳤다.

낡은 선박을 운항하다 고장 나면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6일 해경, 합참, 지자체, 수협이 참가한 합동 회의를 열어 고장 어선 문제를 우선 해결하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낡은 어선을 수리하지 않은 채 사용하다 사고 나는 사례가 많은 점을 고려해 고장 난 어선의 선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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