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지 않는 사랑의 상징.
지구상 가장 단단한 광물.
단위 질량당 가장 비싼 보석.
다이아몬드에 붙여진 여러 수식어들이다. 이 다이아몬드가 정부를 뒤흔들고 있다. 광산개발업체 CNK가 카메룬에서 벌인 다이아몬드사업에 국무총리실, 외교통상부 고위 공무원은 물론 친인척, 비서까지 줄줄이 엮였다.
민간기업이 하는 일에 정부가 보도자료를 두번씩이나 내주는가로 의심했던 국민들은 “그러면 그렇지!”라고 이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이게 다일까’라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이번 사건은 다이아몬드를 매개로 한 사기협잡극이지만, 사실 다이아몬드는 등장하지도 않았다. 보도자료·해명자료 등에 숫자로만 등장했을 뿐이다.
CNK 대표는 아직도 4억2000만캐럿의 다이아몬드는 반드시 나온다며 카메룬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1캐럿의 다이아몬드를 100만원씩만 잡아도 420조원 어치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사건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던 공무원 중에는 실체는 보지 않았지만, 이런 숫자에 의심을 가졌던 정상적인 공무원은 분명히 있었을 게다. 한번쯤 ‘이게 가능할까, 정말일까’란 의심만 가졌더라도 이런 ‘날림 조작’은 피할 수 있었다.
지휘·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공무원 특성상 상관이 시키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보도자료를 내라면 내는 것이고, 그 진위 여부는 나중에 따질 일이란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장관급(총리실장), 차관급(국무차장), 1급(자원개발대사) 등 지위로나, 명예로나 부러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는 이들이 과연 사욕과 치부를 위해 ‘장난’ 같은 일에 휘말렸을까 라는 의문이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더 윗선’의 개입이 없었느냐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고, 국회차원의 청문회가 추진된다니 지켜볼 일이다.
유리 같이 투명한 결과를 국민은 보고 싶다. 유리에 때가 끼면 국민은 다이아몬드 같은 민심으로 그것을 잘라낼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