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의 운명이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지난 5년간 한국 인터넷 정책의 근간을 형성했던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대한 판결이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상반기 헌법재판소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건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 및 영화 ‘부러진 화살’로 촉발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관심 고조와 맞물려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본인확인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진영은 조심스럽게 위헌판결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업자들이 주민번호 수집 중단을 밝힌데다 방통위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인터넷상 주민번호의 수집 및 이용을 단계적으로 막을 계획을 마련하는 등 사실상 폐지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최근 헌재가 표현의 자유에 방점을 찍은 선고를 한 것도 기대를 부추기는 배경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사전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본인확인제란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 게시판에 정보를 게재할 경우, 실명이 공개되는 대신 해당 게시판 관리운영자가 이용자의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다. 중국을 제외한 OECD 회원국 상당수는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어 국내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왔었다.
주민번호 수집 중지 계획을 밝힌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 등 산업계는 내심 본인확인제 위헌판결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규제가 폐지된다면 온라인 공간에서의 소통이 더욱 자유로워지면서 인터넷 이용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창영 동양증권 연구원은 “포털은 수익기반이 트래픽으로, 자유로움이 배가되면 포털 본연의 광고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네이버 블로그, 다음 아고라 역시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원석·한세희기자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