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 그 동안 많은 사회현상들을 바꿔왔지만 교육은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IT로 인해 교육환경이 변한다면 시작은 분명 우리나라가 될 것입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단순한 IT기술 개발이 아닌 우리 교육환경에 맞는 IT 접목을 차분히 준비해왔습니다.”
김철균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원장은 다가올 디지털교과서 시대를 우리나라가 선도할 거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우리나라 교육정보화를 책임지는 KERIS가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그는 IT와 교육의 화학적 결합을 고민하고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기관의 수장답게 수요자 중심, 현장 중심 디지털교과서 시대의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올해 KERIS의 주요 사업으로 나이스(NEIS) 업그레이드와 IT교육 인프라를 통한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를 꼽았다. 안정화를 넘어 클라우드 기반으로 나이스 업그레이드와 IT교육 인프라 전수를 통한 지속가능한 해외원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취임 100여일을 맞은 김 원장을 만나 KERIS의 새해 계획을 들어봤다.
▲애플이 최근 발표한 ‘아이북스2’로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애플의 행보가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애플의 발표로 일단 변화를 받아들이는 무게감이 달라졌다. 디지털교과서가 미래 학교 대세가 될까라는 의구심이 사라졌다. 디지털교과서를 시작으로 IT가 미래 학교 모습을 바꾼다면 변화의 시작은 우리나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우수한 IT인프라 덕분이다. 모든 교실에 컴퓨터가 있고 모든 교사가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나라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디지털교과서가 현장에 보급돼도 실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새로운 IT기기의 테스트베드가 늘 우리나라이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 디지털교과서가 성공하면 세계에서도 통할 거란 시장의 기대가 있다.
우리나라는 애플 발표 이전부터 KERIS를 중심으로 변화를 준비했다. 애플 ‘아이북스2’로 시장의 관심이 증폭됐지만 KERIS 입장에선 크게 변하는 건 없다. 기존 계획대로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준비할 것이다.
▲디지털교과서 준비 상황과 진행 계획은.
=KERIS가 디지털교과서에 관심을 가진 건 2002년이다. 2007년 본격적인 디지털교과서 전환 기본연구에 나서 디지털교과서 시범학교를 운영 중이다. KERIS는 디지털교과서 시범학교를 다년간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성과가 있다. 실제 시범학교를 가보면 디지털교과서가 현장에 성공적으로 녹아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2014년 디지털교과서 전면 보급을 위한 제도 정비와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먼저 디지털교과서가 법적 지위를 갖출 수 있도록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연내 개정할 예정이다. 디지털교과서가 자유롭게 활용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저작권법상 교과서 전송이 허용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디지털교과서 개발 지원을 위한 각종 가이드라인 마련도 중요하다. 올해 내 디지털교과서 발행을 위한 업무 지침과 기술 개발 가이드라인, 디지털교과서 심사 기준 등을 만들어 교과서 개발업체 등에 안내할 예정이다.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도 운영한다. 연구학교 운영으로 디지털교과서 활용 시 예상되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디지털교과서로 효율적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타당성을 검토할 것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모형을 개발·보급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워킹그룹 운영으로 본격적 디지털교과서 보급으로 나타날 이슈를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KERIS의 장점은 무엇인가. 애플 등 다른 개발 업체와의 차이점도 궁금하다.
=KERIS의 장점은 실제 교육 현장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담았다는 것이다. 다른 개발 업체들은 디지털교과서를 IT기술 중심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교육은 다르다. IT기술을 어떻게 교육 현장에 접목하는지가 중요하다. 다른 업체들은 기술력과 디자인은 뛰어나지만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이 없다.
KERIS는 그동안 실제 콘텐츠를 만들고 현장에 적용하면서 IT기술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 연구했다. 디지털교과서 도입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현실에 맞게 변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단순히 책으로 지식을 전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자료를 통한 지식습득과 사고 전환, 협력 학습으로 확장이다. KERIS는 시범학교 운영으로 디지털교과서 효과에 대해 일정 부분 검증을 끝냈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업체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애플이 주목하는 부분은 아이북스를 통해 디지털교과서가 유통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KERIS도 디지털교과서 유통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애플과 차이점은 개방성이다. 어떤 운용체계(OS)에서도 실행되는 오픈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내 플랫폼 전략을 수립하고 연내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내년 하반기에는 이 플랫폼 안에서 교육업체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콘텐츠를 직접 올리는 시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이 미국의 디지털교과서 생태계를 만들었다면 우리나라에선 KERIS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해 나이스 오류 문제가 불거졌다. 이 때문에 전임 원장이 물러났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나이스 향후 계획도 궁금하다.
=지난해 사태로 나이스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그동안 써오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사고 이후 오류를 잡았고 지금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소프트웨어를 안정적으로 쓰기 위해선 한 사이클(cycle) 동안의 모니터링과 수정 작업이 필요하다. 나이스는 다음 달 말이면 한 사이클이 끝난다. 이후에는 별다른 오류 없이 안정적 사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올해 나이스 사업 계획은 업그레이드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논의의 핵심은 나이스의 클라우드화다. 기존 시스템은 클라우드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현재는 일선 현장에서 쓰는 서비스가 분산돼 있다. 클라우드로 시스템 중복을 줄이고 기능통합을 이끌어 내는 것이 과제다.
▲IT를 이용한 해외원조도 강조하고 있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해외 원조가 1회성 도움이나 생색내기용에 그쳐선 안 된다. 외국에서 볼 때 한국은 IT강국이자 가장 빨리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다. 그들은 이런 성장의 바탕에 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KERIS가 2006년 유네스코 교육정보화 대상을 받은 이후 우리 교육정보화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매년 약 60여개국, 600여명의 교육 정책가들이 KERIS를 방문하고 있다.
2008 실시된 우즈베키스탄 교육정보화 인프라구축사업은 2012년 4월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 2012년 콜롬비아 교육역량 강화 사업 참여로 개발도상국 교육정보화 우수 사업 모델로도 인정받고 있다. 스리랑카, 우루과이, 불가리아 등에서도 KERIS에 협력 사업을 요청해왔다.
스마트교육은 우리만의 이슈가 아니다. 많은 국가들이 IT기반 스마트교육 확산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 모범으로 우리나라를 꼽고 있다. 대중문화뿐 아니라 IT교육 한류도 가능하다고 본다.
IT를 이용한 교육 원조는 아직 KERIS의 계획일 뿐 국가적 아젠다는 아니다. IT교육 원조란 공감대 만들어 국가적 아젠다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재임기간 중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투명·개방·공유를 강조한다. 조직이 최고의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조직에 이 같은 문화를 반드시 심고자 한다.
업무적으로는 미래학교에 방점을 두고 있다. 다양한 IT기기를 이용한 스마트러닝을 현장에 접목하고 그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현장에 알맞은 지원을 하기 위해선 검증된 성과물이 필요하고 전체 변화를 위해선 현장을 설득할 근거도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세종시에 미래학교 ‘참샘 초등학교’를 만들어 운영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IT기기를 통한 학생과 교사들의 긍정적 상호 작용을 만들고 전체 학교로 확산시킬 것이다. 임기 내 미래학교의 씨앗을 뿌릴 계획이다.
<김철균 원장 프로필>
△학력
-1963년생
-서울대학교 공학계열 중퇴
-연세대학교 경제학 학사
△경력
-2008. 07. ~ 2011. 09. 청와대 대통령 뉴미디어 비서관
-2008. 04. ~ 2008. 07. 오픈IPTV 대표이사
-2006. 08. ~ 2008. 03. 다음커뮤니케이션 대외협력 부사장
-2001. 03. ~ 2006. 08. 하나로드림 대표이사
-1999. 03. ~ 2001. 03. 드림라인 사업팀 부장
-1994. 01. ~ 1999. 03. 나우콤 콘텐츠팀 과장
-1991. 12. ~ 1993. 12. KT하이텔 고객지원실 실장
-1990. 02. ~ 1991. 12. 한국경제신문 뉴미디어국 사원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