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현장]서울대 출신 3만원 창업 주인공 `폰플`
창업 의지를 다지던 세 명의 서울대 학생들. 한창 아이템을 고민하던 지난 2010년 12월, 대구 출신 강경원(서울대 수학과·30)씨의 자취방에 모두 모였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명이 우연히 집어든 건 강 씨의 휴대폰 요금고지서. 10만원이 훌쩍 넘은 요금은 대학생 한달 용돈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휴대폰 요금을 줄이는 사업 아이템이 있을까?”
자본금 3만원으로 시작한 스타트업기업 ‘폰플’의 탄생 이야기다. 지난해 4월 이동호 대표(26·서울대 심리학과 3학년)와 양영석(경영학과 4학년·23)·강 씨 등을 포함해 9명이 설립한 폰플은 내달 첫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름은 ‘폰 요금을 줄이는 어플(앱)’, 줄이면 폰플이다.
휴대폰 요금을 줄이는 원리는 이렇다. 사용자는 우선 앱스토어에서 폰플 앱을 내려받아 설치한다. 전화번호와 나이·성별 등을 입력하는 간단한 가입 절차를 거친다. 여러 개 광고 리스트 중 관심있는 광고를 터치한다. 광고를 보면서 퀴즈를 푼다. 링크를 통해 여러가지 추가적인 이용도 가능하다. 그러면 광고주가 사용자의 광고활용도에 따라 휴대폰 요금을 지원하게 된다. 해당 기간 요금고지서에서 자동으로 차감되는 방식이다.
“기업은 누구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에 가장 효과적으로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고, 사용자 입장에선 광고를 ‘즐기는’것 만으로도 휴대폰 요금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폰플을 광고주와 소비자를 직접 이어주는 ‘중개 앱’ 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선 자사 광고가 소비자가 억지로 감내해야 하는 것이 아닌, 인터랙션이 가미된 즐기는 요소가 되는 것은 광고 효과 극대화를 위해 적극 환영할 일이다. 비용 대비 소비자 행동(CPA:Cost Per Action)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대중교통 이용할 때 등 자투리 시간에 광고를 보면서 통신비를 쓰는 것이 아니라 줄일 수 있다. 1분 남짓한 광고를 보고 통신비 100~200원을 벌 수 있다면 최저 임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광고 노출 총 단가는 광고 노출 인원에 따라 설정된다. 예를 들면 5000명분 광고를 계약하면 1만명 계약 때 보다 절반 수준의 단가로 광고할 수 있어, 작은 규모로도 시작해 볼 수 있다. 별로 관심이 많지 않은 소비자가 단지 요금 혜택을 위해 클릭하는 것보다 실제로 해당 기업에 흥미가 있는 소비자에 노출되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선착순제기도 하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한 달 용돈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휴대폰 요금을 내고 있는 대학생에게 안성맞춤”이라는 설명이다.
폰플 앱은 2월 중순 애플 앱스토어와 여러 안드로이드 마켓에 출시된다. 올해 거래액 목표는 적게는 20억원, 많게는 50억원까지 바라보고 있다. 현재 6~7개 광고주와 계약을 완료한 상태고, 일본 통신사업자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등 시작이 좋다.
이 대표는 “마치 도박처럼 광고와 현금성 혜택을 연계한 기존 앱들과 다른, 대부분 젊은 소비자가 직면한 문제의 해법을 내놓으면서 수익을 창출하려 한다”며 “사용자 사이에서 ‘필수 앱’이 되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일단 단기간에 1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아무리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광고라도 가이드라인을 정해 자극적이거나 외설적인 광고는 일체 받지 않기로 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