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빛도 공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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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신안군에 위치한 증도. 2010년 3월 증도대교가 건설되기 전에는 배를 타야 닿을 수 있는 작은 섬이었다. 2007년 말에는 슬로시티 국제연맹으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되기도 했다. 염전과 짱뚱어가 유명하고 자연경관이 수려해 매년 3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그런데 느림의 미학을 즐기려는 여행자 휴식처 증도가 ‘깜깜한 밤’ 사업을 추진하는 곳인 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증도는 2009년 4월 국제 깜깜한밤(다크스카이)협회에 가입했다. 증도 사람들은 지금 인공 빛을 줄이는 깜깜한 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로등 불빛이 하늘을 향하지 않도록 조도를 낮추고, 도로 옆 가정에서 불빛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빛 공해가 적어 생태계가 그나마 잘 보존되고 있는 섬마을에서 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작은 섬마을보다는 대도시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도시의 밤은 각종 불빛으로 대낮처럼 밝다. 심야업소 광고간판, 자동차 조명, 높은 가로등 등 ‘빛의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심 불빛은 밤하늘 별빛을 죽일 뿐만 아니라 자연 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한다. 지속적인 야간 인공조명으로 도심주변의 야행성 동물들이 습성을 바꾸거나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생물은 아주 미세한 빛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특히 식물의 발아와 성장, 결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1년간 시행한 ‘인공조명에 의한 생태계 교란분석’ 용역결과에 따르면 도심 전광판 조명 87%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은 일찌감치 빛 공해 예방을 위한 법률로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1972년부터 애리조나주를 시작으로 100개가 넘는 도시에서 빛 공해 대책을 시행 중이다. 일본도 1994년부터 빛 공해 대책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빛 공해 방지법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다.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올해 안에 도심 인공조명 시설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 세부시행령을 마련할 계획이다. 처음 시행되는 만큼 진통도 예상된다. 규제대상과 종류, 평가기준, 예외 등에서 형평성 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빛 공해법이 국내 조명기구 관련 기업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서울시가 올해 처음으로 이달 말까지 ‘서울시 좋은 빛상’을 공모 중이다. 공모를 통해 빛 공해를 방지하고, 자연환경과 더불어 공생하는 아름다운 도시경관 조성의 3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별빛도 보고,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으면서 에너지도 줄여줄 수 있는 아름다운 조명작품이 선정돼 빛과 어둠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도시 야경이 보고 싶다.


 정재훈 전국취재팀 부장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