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원천기술 투자 급감

통신 강국 재도약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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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ICT) 원천기술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 4세대(G) ‘ICT강국’ 재도약을 꿈꾸는 정부·업계의 바람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중장기 관점에서 기초 체력을 다지는 연구개발(R&D)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16일 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정부 R&D 예산 가운데 정보통신 원천기술 투자가 지난 2009년 이후 매년 큰 폭으로 줄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최근 3년간 부처별로 집행한 원천기술 R&D 예산을 집계한 결과 이동통신·광대역통합망 원천기술 등을 포함하는 ‘차세대통신네트워크 원천기술개발’ 예산은 2009년 988억원에서 지난해 721억원으로 2년 사이 30% 가까이 줄었다. ‘정보통신미디어 원천기술개발’ 예산도 같은 기간 693억원에서 410억원으로 40% 급감했다.

 분야별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올해 예산 역시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과위 예산 배분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2012년 전체 정보기술(IT) R&D사업이 3~4%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보통신 원천기술 R&D 예산 역시 감소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보통신 원천기술 R&D 감소는 정부가 바이오테크놀로지(BT), 에너지, 기계 등 비IT 분야 투자를 늘린 반면에 전체 정보기술(IT) 투자를 사실상 동결한 데서 비롯됐다. 국가 IT R&D 예산은 2009년 2조2300억원에서 2010년 2조1789억원, 지난해 2조2911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현 정부 들어 물가 인상 및 예산 증가분을 감안하면 큰 폭의 예산 삭감이다.

 에너지·자원 R&D 예산이 2009년 1조1767억원에서 2011년 1조7168억원으로 늘어나고, 기계·제조·공정 R&D 예산이 같은 기간 1조5016억원에서 1조8334억원으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IT R&D 예산이 제한된 상황에서 최근 1~2년 사이 중요성이 부각된 소프트웨어 부문 투자를 늘린다고 하다가 오히려 균형 축마저 흔들렸다.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R&D 예산은 2009년 1109억원에서 지난해 1538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통신은 물론이고 전자정보디바이스, 디지털콘텐츠 예산 등은 감소했다. 소프트파워 강화를 위한 R&D 지원책이 결국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 식 대응에 머문 셈이다.

 정보통신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 관점에서 진행할 원천기술 R&D 정책마저 근시안적 대응에 머물면서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기초 기술이 부족하면 정부가 강조하는 융합산업마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