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무인화, 선결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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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 방식의 디지털 머천다이징 시스템을 통해 은행고객이 무인점포에서 금융상품을 안내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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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한 ‘스마트뱅킹센터’를 소매금융 사업 확충의 교두보로 삼겠다.”

 지난 11일 열린 스탠다드차타드 행명 변경 기자간담회서 리처드 힐 은행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 은행은 작년 6월부터 두 달간 지속된 파업으로 지점 10%가 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이 기간 고객예금은 1.8%, 당기순이익은 4.7%씩 각각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결국 상당부분 스마트뱅킹 등 첨단 ICT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은행 측 분석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거래 90%가량이 비대면 거래, 즉 사이버상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무인점포 출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게 은행권 분석이다.

 하지만 무인지점 확대를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문제점도 많다.

 은행 거래 첫걸음인 계좌 개설부터 무인화가 불가능하다. 법적인 문제다. 현행 금융실명제법 등에 따르면 계좌 개설은 본인 신분확인과 서명·날인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문서 스캐닝 솔루션을 통해 후처리 방식으로 계좌 개설을 유도하면 현행법을 크게 저촉하지 않으면서도 기술적으로 (신규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며 “금감원 측 최종 유권해석이 나와 봐야겠지만, 오는 3월 오픈을 준비 중인 ‘스마트 브랜치’는 계좌 개설까지 가능토록 한다는 게 기본 전략”이라고 말했다.

 무인화에 따른 인력 재배치도 노사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높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관계자는 “오프라인 지점 스마트화가 본격 확산되면 기존 지점인력은 대외 영업 등으로 전진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문형남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은행 업무 무인화·스마트화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법적·제도적 보완책을 선제적으로 갖춰 애써 확보한 첨단 기술을 사장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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