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츠파’를 굳이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긍정적 의미의 ‘뻔뻔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근접한 의미일 것이다. 히브리어에는 ‘Excuse me(실례합니다)’라는 표현이 없다. 하지만 좀 더 좋은 의미의 ‘당돌함’으로 이를 재해석한다면 확실히 긍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유대인에게 “후츠파가 뭐지요”라고 물어본다면 마치 외국인이 다가와 서툰 우리말로 ‘빨리빨리’가 뭐냐고 물어왔을 때와 비슷한 겸연쩍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후츠파에 담긴 일곱 가지 처방전=이스라엘 경제기적을 다룬 책 ‘창업국가’의 저자에게 이스라엘 창조정신 저변에 깔려있는 ‘후츠파’의 의미를 해부해달라고 했더니 거기에 담긴 일곱 가지 처방을 무지개 색깔에 담아 보내왔다.
이를 하나하나 소개할까 한다. 창조적인 그들의 저변에 깔려있는 일곱 처방전은 우리 국민성과 중복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우리 젊은이들이 별로 복용한 적 없는 처방들이다.
7가지 처방은 Informality(형식 타파), Questioning Authority(질문의 권리), Mash-up(섞임), Risk Taking(위험감수), Mission Orientation(목표 지향), Tenacity(끈질김), Learning from Failure(실패로부터의 교훈) 등이다.
◇히브리어에는 ‘Excuse me’가 없다=멋진 핸드백을 메고 길거리를 지나가는 여인에게 다짜고짜 다가가서 가격과 브랜드를 물어보는 것이 당연시되고 장군이 회의장에 늦게 도착해 입구에 남은 빈자리에 앉았는데 우연히 커피포트가 뒤에 놓여있다면 회의 내내 커피 시중은 당연히 장군 몫이 되는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히브리어에는 존칭어도 없다.
형식 타파는 이스라엘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가령 학생이 교수와 이야기할 때, 직원이 상사를 대할 때, 서기가 장관을 대할 때 뻣뻣하고 뻔뻔한 태도는 그저 몸에 밴 일상적 모습이다. 우리의 신입사원이 숨죽이며 상사 눈치를 살피는 시간에 그들은 서슴없이 “당신이 내 상사여야 하는 이유를 대라”고 할 정도로 당돌하며 자기 역량을 드러내놓고 도전을 기다린다. 이것은 만용이 아니라 그들만의 평범한 문화 중 한 단면일 뿐이다.
◇로시가돌(큰 머리) 문화와 로시카탄(작은 머리) 문화=미국의 아폴로 계획은 러시아 ‘스푸트니크’ 발사 성공으로 깜짝 놀란 케네디 대통령이 1970년대가 가기 전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라고 내린 미션에서 출발했다. 나사는 책임자를 선정하고 모든 권한과 책임을 위임해 1969년 7월 20일 미션에 성공했다.
이후 닉슨 대통령 정부에서는 우주선을 보잉747처럼 매번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우주왕복선을 만드는 ‘콜롬비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때 정부 관리는 아폴로 계획 자료를 토대로 표준지침을 만들어 모든 과정을 집중 통제했다. 그러나 결과는 발사 도중 폭발로 인한 실패였다.
로시카탄적인 행동은 책임과 추가적인 업무를 회피하고자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를 최대한 좁게 해석하는 것인 반면에 로시가돌적 사고는 지시는 따르지만 거기에 자신의 판단을 더해 더 좋은 방법으로 따르는 것이다.
◇인텔 이스라엘 연구소의 도전=무어의 법칙에 따라 지난 30년간 인텔 프로세서는 18개월마다 그 성능과 속도가 두 배씩 성장해왔으나 8088칩에 이르러 발열문제가 심각해지며 중단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이스라엘 하이파연구소는 미국 본사가 오직 ‘속도=경쟁력’이라는 공식에 집착하고 있을 때 속도 지상주의를 배제하고 칩에 소프트웨어적인 변속기어를 개발해 칩 구동속도를 늘리지 않고 성능을 올리는 방안을 개발했다. 변속기 없는 엔진의 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며 생기는 발열문제를 해결한 격이었다.
이들은 엔진속도가 곧 인텔의 기술력이라는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오텔리니 회장(당시 본부장)에게 전화로 도전했고 결국 채택됐다.
지금의 멀티코어 칩이 바로 그때 제안했던 다단계 변속기가 달린 컴퓨터 칩이다. 이로 인해 무어의 법칙이 행진을 계속할 수 있었고 침몰 직전의 인텔을 구해낸 것이다.
◇혼돈의 모서리(Edge of Chaos)를 향해…=하워드 하버드대학 심리학교수에 의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불규칙하고 비일상적인 패턴에서 나온다”고 한다.
풍부한 창조력의 서식지를 연구하는 슈람 박사는 21세기 지식창조경영 조건으로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혼돈의 모서리’로 안내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는 이 혼돈의 모서리를 “질서와 혼돈이 서로 만나서 새로운 적응력과 창조성을 만들어 내는, 강과 바다가 만나서 플랑크톤이 풍부한 지대와 같은 곳”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적 역량의 인적자원과 가장 비옥한 디지털 토양이라는 21세기 지식경제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추고 있으면서도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변화의 격동기 2012년을 맞아 기성세대는 과감한 형식타파(Informality)로 기존의 산성 체질을 창업경제에 맞는 알칼리 체질로 바꿔야 할 것이다. 이미 세계경제는 하이테크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창의력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윤종록 연세대학교 연구교수 jonglok.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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