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hrkang@kofac.or.kr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성취를 이룬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매우 단순하고도 당연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스스로 발견하고 그 일에 몰입해 성공을 일궈냈다. 선도적 성취자가 선택한 분야는 그가 성공하기 전까지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새로운 분야가 대부분이다. 도전 당시의 사회적 시각으로 보자면 전망 자체가 전혀 없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은 대개 이공계와 인문계, 예술 등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의욕적으로 지식을 습득했는데, 지적 호기심이나 흥미, 즐거움이 그 저변에 깔려있다. 가깝게는 저 유명한 스티브 잡스가 있고, 수년 전 작고한 백남준이 영상기술과 예술을 창조적으로 결합해 세계적으로 비디오 아트 영역을 새롭게 개척한 것이 좋은 예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 언론에 보도된 과학영재의 진로선택 사례는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올해 최연소로 국립대 컴퓨터공학과에 합격한 과학영재가 사립대 치의대에 동시에 합격한 후 ‘컴퓨터공학과에 간다면 원래 좋아했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것이고, 치의대에 간다면 더 안정적 미래를 택하는 것’이라며 진로를 고민하다 결국 치대를 선택했다.
과학에 관심과 재능이 높아 과학고에 진학한 영재가 의학계열의 대학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새삼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학생의 선택 뒤에 있었을 깊은 고민과 결심의 배경이 된 현실에 공감을 하면서도 좋아하는 분야에 선뜻 인생을 걸지 못한 그의 선택에 짙은 아쉬움과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
미래가 불안한가? 미래는 누구에게나 불투명하다. 더욱이 지금의 사회적 변화 추세를 감안한다면 오늘날 학생들이 생각하는 직업적 안정성이 불과 10~20년 후에는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은 유효기간이 길지 않은 현재의 기준으로 자신의 미래를 재단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 보다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고 잘 하는 분야를 발굴해 스스로가 그 분야의 미래가 되는 것이 불투명한 내일을 대비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은 창조하고 개척해야 할 설렘의 대상으로 미래를 꿈꾸기 보다는 현재를 희생해야 얻을 수 있는 불안의 대상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무엇으로 아이들에게 ‘네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선택해 새로운 내일을 창조하라’는 미래 도전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21세기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개방과 혁신, 융합, 그리고 창조다. 미래사회의 경쟁력은 바로 과학기술과 융합마인드를 지닌 창의 인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스티브 잡스는 여실히 보여줬다.
과학은 즐거워야 한다. 즐겁지 않으면 과학을 끝까지 할 수 없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으며, 한국의 스티브 잡스는 결코 탄생할 수 없을 것이다. 수학·과학은 과학기술의 가장 기본적인 학문이므로 이 분야에서 학생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자. 즐거운 과학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과학이 끊임없이 다른 분야와 만나고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후원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는 젊은이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혹여 실패해도 이를 더 큰 성공을 위한 사회적 자산으로 축적해 갈 수 있는 사회적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
학부모와 교사는 아이들에게 순수한 지적 호기심을 탐구하는 과정이 개인적으로 즐겁고 신나는 일이며, 멀리는 인류에 공헌하는 의미 있는 길임을 안내해주고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과학기술의 인적·물적 자원을 교육기부 등의 활동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어린 학생들의 꿈과 도전이 우리 사회 지속가능발전의 핵심 원동력으로 승화되도록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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