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케어’가 있다. 아기를 엄마 품에 꼭 껴안아 줌으로써 체온을 유지시켜 사망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맨살을 최대한 오래 밀착시켜 새끼의 정서안정과 발육을 돕는다.
영화에서도 이런 상황을 자주 목격한다. 물에 빠져 저체온에 신음하고 있는 사람을 상대방이 맨몸으로 껴안아 체온을 유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의 평균 체온은 36.5도다. 체온 1도가 내 몸을 살릴 수도, 혹은 죽일 수도 있다.
지난해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 ‘연구개발 36.5도 전략’이 주목받았다.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연구개발에 사람 체온인 36.5도의 따뜻함을 담겠다는 의미다. 과학기술 소외계층에 대한 단순한 관심을 넘어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도 적극 환영할 일이다.
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 발전은 인류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었다. 사람은 빛을 밝히는 조명으로 밤에도 대낮처럼 활동하고 에어컨과 난방기기 등장으로 실내에서는 계절의 온도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스마트폰은 현금보다 더 중요한 필수품이 됐다.
인간은 좀 더 편리하고 따듯한 기술을 요구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큰 기술보다 일상에서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기술 말이다. 장애인과 정보화 소외계층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과학기술과 정보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있다. 이들을 아우르는 ‘체감기술’을 고민할 시기다.
핵심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연구개발 36.5도’에는 수익성이 적다는 이유로 개발하지 않거나, 개발되고도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버려진 기술들이 있다. 기술이 있지만 사업화가 어려운 그런 ‘따뜻한’ 기술들이다. 주변에는 ‘따뜻한’ 기술을 개발하고도 생산원가나 유통비용이 높아서 시장에서 관심을 잃은 기술들이 참 많다.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생활 속에서 모두가 쉽게 체감할 수 있는 ‘36.5도 신재생에너지 생활제품’ 보급 사업에 팔을 걷었다. 공모를 통해 중소기업의 사업을 지원한다.
에너지 부문의 따뜻한 기술은 가까운데 있다. 발상을 전환하면 같은 것도 다르게 보인다. 풍력발전기를 굳이 바닷가나 산꼭대기에 세울 필요도 없다. 도심 빌딩 옥상에 소형 풍력기를 설치하고 질 좋은 바람을 이용하면 전기를 만들 수 있다. 건물주는 에너지 효율화를 꾀하고 부가수익을 올리게 된다. 태양광으로 고속충전 가능한 2차전지, 휠체어 이용 에스컬레이터, 휴대용 식기세척기 등도 있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따뜻한 과학기술이 나오려면 과학자의 고민과 사회적 인프라·국민의 관심이라는 3박자가 갖춰져야 한다. 그래야 캥거루케어와 같은 따뜻한 36.5도 체감기술을 만들 수 있다. 기술의 홍수 속에 우리 삶이 더욱 튼실하게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따뜻한 과학기술에 관심을 기울이자.
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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