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정보화 시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한다. 정보기술(IT) 서비스 대기업의 공공 정보화 사업참여 제한 확대가 본격 시행되는 첫 해로, IT서비스 대기업의 공공 시장 참여 축소가 불가피한 반면에 소프트웨어(SW)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됐다. 서버를 비롯해 하드웨어(HW) 시장 규모는 지난해와 비교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스토리지 시장은 빅 데이터 이슈에 힘입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 3%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개인정보 영향평가 등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신규 수요는 정보보안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주목된다.
2조7000억원 규모의 공공 정보화 시장 패러다임 변화를 초래할 정책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상호출자 제한기업 집단에 속하는 매출 8000억원 이상 IT서비스 대기업은 80억원 미만인 공공 정보화 사업에, 매출 8000억원 미만 IT서비스 대기업은 40억원 미만 공공 정보화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IT서비스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전문·중소SW 기업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전문·중소 SW기업의 공공 정보화 시장 참여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SW 경쟁력을 강화하고, 저가수주 및 하도급 발주 관행으로 악화된 SW 생태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시도다.
IT서비스 대기업이 공공 정보화 시장축소를 만회하기 위해 민간 시장 참여를 확대하면 전문·SW기업의 입지가 축소되는, 이른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감을 비롯해 정책 실효성에 대한 갑론을박은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 정보화 시장에서 전문·중소 SW 기업 점유율이 지난 2010년 40.1%에서 올해 이후에는 54.5%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내년에는 IT서비스 대기업의 공공 정보화 사업 참여를 전면 제한할 계획인만큼 올해 성과 여부에 따라 2013년 정책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 정보화 사업 축소가 불가피한 주요 IT서비스 대기업은 우선 기존 경쟁력을 확대·재생산, 성장 잠재력을 제고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 확대로 위기를 정면돌파한다는 복안이다.
삼성SDS·LG CNS·SK C&C·포스코ICT·롯데정보통신 및 현대정보기술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성장사업 확대 등 포트폴리오를 개선함과 동시에 가능성을 확인한 글로벌 시장에 대한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시스템통합(SI)과 정보화전략수립(ISP) 등 차원이 다른, 수익성 높은 모바일 사업과 데이터센터 사업, 컨버전스 사업으로 영역 다각화를 준비도 일단락했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 공략 확대를 위해 전문·중소SW 기업과의 동반 진출은 물론이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삼성SDS(미라콤아이앤씨)와 LG CNS(코리아일레콤), SK C&C(엔카네트워크) 등 IT서비스 기업의 M&A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포석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
IT서비스 대기업과 달리 전문·중소SW 기업은 2012년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 정보화 사업 참여 확대는 물론이고 SW 사업대가 개선과 SW 유지보수요율 현실화 등 정부의 각종 SW 육성 정책이 잇따를 예정인 만큼 수혜가 예상된다. 공공 정보화 시장 참여가 보장된 가운데 수주를 위한 전문·중소SW기업 간 이합집산 움직임이 포착될 정도다.
이와 함께 모바일과 클라우드 컴퓨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수요가 꾸준하게 늘고 있어 SW 시장 전반에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분야 모바일 SW 기업의 선전이 기대된다. 이미 지난 해 한글과컴퓨터·인프라웨어가 글로벌 시장에서 절반 가까운 시장을 장악,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내수는 물론 글로벌 시장성과도 주목된다. 올해 순수 수출로만 1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는 SW 기업이 적지 않은 만큼 글로벌 SW 기업의 탄생도 기대해 볼만 하다.
김원배·성현희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