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신발끈을 단단히 고쳐 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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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쁘게 달려 2011년 끝자락에 섰다. 돌이켜보면 사건 사고가 유난히 많았던 해였다. 사상 최악의 일본 대지진과 지진해일,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사고, 사상 초유의 대규모 정전 사태 등 일생에 한번 겪기도 힘든 일들이 ‘사상 최고’의 수식어를 달고 줄지어 닥쳤다.

 재스민 혁명 확산에 따른 중동·북아프리카 독재자 축출,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사망,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이르기까지 이슈메이커들의 퇴진과 사망 소식도 유달리 많았다.

 이 와중에 국내에선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 안철수 돌풍,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이 온 국민의 귀와 눈을 모았다. 집권 여당 비서관 등이 개입된 선관위 홈페이지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사건은 아마추어 정치의 대미를 장식했다.

 국민 살림 환경은 더 나빠졌다. 그야말로 월급 빼곤 모두 올랐다. 실질임금은 줄고 물가상승률·실업률은 악화됐다. 실질임금 증가율은 외환위기(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산출한 경제고통지수도 역대 세 번째로 높다. 치솟는 물가와 실업률로 중산층 이하가 느끼는 고통 강도는 그 만큼 높아졌다.

 산업쪽에선 구글의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 등 이슈가 위기감을 가중시켰고, 유럽국가들의 연이은 경제위기 소식은 우리 경제에 손도 써볼 수 없는 메가톤급 악재로 작용했다. 참으로 고단한 한해였다.

 내년 상황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벌써부터 경제수장들은 걱정을 쏟아냈다. 유럽 재정위기는 현재 미봉책으로 겨우 달래놓았을 뿐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3대 세습과정에서 발생할 북한 리스크, 20년만에 함께 치러야할 총선·대선 양대선거 등 대내외 불확실성은 널려 있다.

 내년처럼 시계가 제로에 가까운 해도 드물다. 우리 경제에 작용할 국제변수가 지나치게 많다. 유럽 한 나라가 아닌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국가 전반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란을 경계하는 미국의 눈빛도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누군가. 무수한 위기상황을 꿋꿋이 이겨내 오늘날의 성공을 거둔 위대한 민족 아닌가. IMF 시기를 특유의 국민성으로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했고, 미국발 국제경제 위기상황도 가볍게 헤쳐 나왔다. 올해 열악한 국제 환경 속에서도 무역 1조달러 대기록을 세웠다.

 우리 몸엔 창의·혁신의 피가 흐른다. 분명 특별한 유전자가 있다. 이젠 곧 나타날 새 허들을 가뿐히 뛰어넘을 수 있게 신발끈을 단단히 고쳐 매자. 그리고 앞을 보고 다시 힘차게 달리자. 임진년 흑룡의 기운은 힘껏 달리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활력소다.


 최정훈 정보산업부장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