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은 일상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올해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0만 명을 넘으면서 주변 어디서나 모바일 웹서핑은 물론 모바일 메신저, 게임, 스트리밍 동영상 감상 등을 즐기는 모습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은 피처폰과 달리 데이터 소비량이 상당히 크다. 이에 따라 데이터 사용량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이동통신사들은 이에 발맞춰 관련 요금제, 그러니까 데이터 무제한을 선보였지만 시장의 성장 속도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쓴맛을 보고 있다.
각종 시장 분석 자료를 들여다봐도 그렇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의 `글로벌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예측 2010∼2015 보고서`에 따르면 통해 스마트폰 사용자의 2010년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153MB으로 2009년에 비해 약 2배가 늘었으며 상위 1% 데이터 사용자가 전체 데이터 사용량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연구소인 벨연구소에 따르면 이동통신 시장은 당장 2012년 말 투자비가 수익을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이 이동통신망을 통해 돈을 벌어도 계속 적자를 보는 상황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 데이터 폭증, 내년에 주파수 동난다
각 나라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데이터 무제한이 사라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유럽을 비롯해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데이터 무제한은 찾아보기 어렵고 이동통신망 품질보장(QoS, Quality of Service)을 통한 공정사용 정책(Fair Use Policy)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정액제에서 부분 종량제로 요금제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사용자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다. 이제까지 잘 판매하다가 요금제를 바꾸는 것 자체가 불쾌하고 일부 헤비 유저 때문에 데이터 사용에 대한 심리적인 안정감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자신이 구입한 요금제를 어떻게 쓰던지 방해받지 않기를 원하는 욕구가 존재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데이터 무제한 폐지를 논하기 전에 `주파수` 자체에 대한 소비자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주파수는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한계가 존재하는 자원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학계와 전문 기관에서는 조만간 우리나라 통신용 주파수가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모바일 광대역 주파수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경희대학교 전자전파공학과 홍인기 교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통신 주파수 고갈시기가 2015년 정도로 예상됐으나 최근에는 내년이나 2013년 정도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며 "광화문, 강남 지역 기지국은 이미 고갈 상태고 전국적으로도 이르면 내년 초에(주파수가) 고갈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9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주관으로 서울에서 열린 제29차 한·중·일 이동통신 표준협력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무선인터넷 발전 전망` 보고서를 인용해 "아·태 지역 무선인터넷 사용량 분석을 바탕으로 예측한 결과 매년 평균 15∼20%씩 증가해 오는 2016∼2018년 사이 주파수가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는 다른 아·태 지역보다 주파수 고갈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SK텔레콤 네트워크 전략본부 네트워크 전략팀 관계자는 "현재 SK텔레콤을 기준으로 월 1만 테라(TB)의 데이터가 처리되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전체 처리 용량의 90∼95% 이상 사용된다고 보면 된다"며 "작년 12월 기준으로 월 2,000TB 처리가 가능한 수준이었고 이를 매월 1,000TB씩 높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데이터 무제한 논란, 주파수에 대한 기본 이해 필요
데이터 무제한 폐지에 대한 사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요금제 자체에 대한 간섭이다. 상품을 구입했는데 이를 어떻게 쓰던 이동통신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일부 헤비 유저를 초기부터 통제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점에서 이동통신사도 데이터 무제한 부작용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각 이동통신사들은 사용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데이터 무제한으로 인한 스마트 산업 자체의 발전, 그러니까 시장 자체를 빠른 속도로 키워 전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무선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점을 언급한다. 우리나라는 3G는 물론 와이브로, 와이파이, LTE 등의 무선 인프라 보급률은 톱 클래스 수준이다.
일부 헤비 유저로 인한 피해는 이동통신사뿐 아니라 대다수 다른 사용자들도 지적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데이터 무제한을 곧바로 폐지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으로 QoS를 도입하고 공정사용 정책이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주파수에 대한 인식 전환 작업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른 국가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미래 주파수 자원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10년 이내에 500MHz 대역폭의 주파수를 확보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며 일본의 경우 2015년 까지 300MHz 대역폭, 2020년에는 1,500MHz 대역폭의 주파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는 "주파수는 군용, 통신, 방송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고 있는데 주파수 정리를 통한 자원 확보에 나서는 국가들은 대부분 아날로그 방송이나 유휴 주파수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2012년 이후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면 700MHz 주파수가 남게 되는데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 섣부른 망 중립성은 공멸, 충분한 논의 필요해
소비자가 주파수에 대한 이해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과 정부 및 이동통신사가 충분한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산업 전체에 큰 타격은 물론 모두에게 피해가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 6월 네덜란드 하원 의회는 통신법을 개정해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하거나 별도의 요금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한 망 중립성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통신사에 인터넷서비스의 최소 품질수준 유지 의무화하고 부정이용이나 요금 미납부 사유를 제외한 인터넷 접속 차단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결과는 엄청난 이동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1위 사업자인 KPN을 비롯해 T모바일, 보다폰 등은 즉각 반발을 표하며 데이터를 많이 쓰는 헤비 유저에게 더 많은 요금을 부과할 수 없어 전체적인 통신료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KPN은 9월부터 보조금을 대폭 축소하고 데이터 요금 가격을 높인 새 요금제를 선보였다. T모바일은 데이터 무제한을 없애고 기본으로 제공하는 데이터를 초과하면 낮은 전송속도에 초과 요금까지 얹히는 방식을 적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데이터 무제한을 통해 영원히 풍요로운 무선 인프라를 제공받을 수는 없다"며 "적절한 타협점과 합리적인 정책, 정부의 공정한 관리 감독이 없으면 ICT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해당사자들의 충분한 공감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수환 이버즈 기자 shulee@ebuz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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