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찾은 세종시 건설 현장은 2010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동안 정부부처 이전 여부 논란으로 터파기만 하고 멈춰있던 정부청사 공사에 가속이 붙었다. 이 같은 속도감은 완성을 앞둔 청사 건물 외관에서 쉽게 확인됐다.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등 공사차량도 빈번하게 오갔다. 밀린 숙제 서둘러 하듯 인부들 일손도 바쁘게 움직였다.
올해 말 정부부처가 들어설 제1단계 1구역 청사건물 공사는 마무리 수순이다. 지난해 말 기준 건설 공정률은 83%다. 오는 4월이면 준공된다. 공정률 진척도가 35%인 2구역도 오는 11월이면 준공된다. 지금은 터닦기 공정이 한창이다.
◇세종시 어디에서 얼마나 내려가나=3년에 걸쳐 정부부처 및 기관 36개가 세종시로 이전한다. 올해 말까지 제1, 2구역에 들어설 중앙 행정기관과 소속기관은 6개 부처 6개 기관이다. 1구역에 국무총리실과 조세심판원이 들어선다. 이전 인력은 총 411명이다.
2구역에는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를 비롯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 5개 부처 5개 기관 총 3728명이 이전한다.
예정대로라면 과학기술 및 IT 분야 관련 부처 및 소속기관은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오는 2013년께나 돼야 2단계 2구역에 집중 배치된다. 이곳에는 교육과학기술부 776명, 지식경제부 736명, 문화체육관광부 644명을 비롯한 경제자유구역기획단과 연구개발특구기획단 등이 옮겨오게 된다.
2013년 2단계 사업이 종료되면 6개 부처 12개 기관 4116명이 이전하게 된다. 이어 2014년 3단계에서 6개 기관 2197명이 이전하면서 세종시 이전이 최종 마무리된다.
◇지역내 총생산 매년 9조 증가=행정도시 건설 등 균형발전 정책에 따른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최근 분석한 ‘행정기관 세종시 이전대비 업무효율화 전략’에 따르면 충청과 영남, 호남이 얻을 지역 총생산 기대효과는 매년 9조4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대신 수도권 인구는 170만명 감소한다. 이 때문에 수도권은 매년 1조3000억원 교통혼잡 유발 비용이 줄어들고, 환경오염 비용도 매년 1060억원 감소할 것으로 봤다.
업무효율 제고를 위해서는 IT 기반 영상회의 시스템 등이 유효할 전망이다. 이 분석 보고서는 원거리 기관 간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해 디지털 행정협업체계를 활용할 것도 주문했다.
◇대학 이전 관심 저하 아쉬워=한때 문의가 매일 10여건씩 이어지던 세종시 대학, 연구권역과 첨단지식기반 권역 입주 문의는 현재 뜸한 상태다. 수정안에서 원안으로 회귀한 이후 벌어지는 현상이다.
청사 건립에 비해 대학 캠퍼스 조성은 다소 속도감이 떨어졌다. 우선 지난해 고려대가 이전을 포기했다. 충남대가 공주대와 통합 뒤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이도 백지화됐다.
KAIST 등 일부 대학과는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KAIST는 현재 부지를 161만㎡에서 33만㎡ 더 늘려 달라는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 수도권 대학 일부가 이전 협의를 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전체 투입예산 22조5000억원 가운데 7조5000억원이 지출된 상태”라며 “2015년이 되면 도시모습이 갖춰지고, 2030년까지는 모든 작업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이전할 147개 공공기관 이전 추진에도 드라이브가 걸렸다. 그러나 속도는 다소 더딘 편이다. 지난 연말 기준 10개 혁신도시에 이전기관 95.5%가 부지를 확보했다. 147개 이전 대상 기관 가운데 청사를 착공한 곳은 모두 61개다.
정부는 우선 올해 말까지 혁신도시 부지조성과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2014년까지는 이전을 모두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청사가 완공된 기관은 식품의약품안전청(충남)을 비롯한 9개 기관이다. 시공 중인 기관은 한국남부발전(부산), 우정사업조달사무소(경북), 우정사업정보센터(광주전남), 한국전력공사, 한전KDN을 비롯한 총 25개 기관이다.
세종시 정부부처 및 기관 단계별 이전 계획
<자료: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연기=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