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차원 넘어 금강산 관광 재개 물꼬 기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조문차 방북함에 따라 사실상 중단된 대북사업의 재개를 위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 회장은 이날 오전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 김영현 현대아산 관광경협본부장(상무) 등 현대아산·현대그룹 임직원 4명과 함께 민간 조문단 자격으로 방북했다.
현 회장이 북한을 찾은 것은 2009년 8월 묘향산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이후 2년 4개월만이다.
당시 현 회장은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 등 꼬여버린 대북사업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와 함께 북한을 방문했었다.
비록 조문 차원이긴 하지만 현 회장의 이번 방북을 바라보는 현대 측의 기대감은 남다르다.
물론 현대그룹과 대북사업을 전담하는 현대아산은 이번 방문이 애도 차원에서 가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01년 정주영 명예회장과 2003년 정몽헌 회장 타계 당시 북한이 각각 조전과 조문단을 보내 애도의 뜻을 나타낸 것에 대한 답례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애도만 하고 돌아올 수만은 없는 것이 현대가 처한 현실이다.
3년 넘게 이어진 금강산 관광 중단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난 피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은 관광 중단으로 올해까지 5천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보고 있으며 관광 중단 전 1천명이 넘던 직원 수도 현재 70%가량 줄어든 상황이다. 여행사와 운송사 등 협력업체의 손실도 1천80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에 있어 이번 방북의 의미가 단순한 애도 차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조문단에 장경작 사장과 김영현 상무 등 금강산 관광을 책임진 현대아산 핵심 간부들이 포함된 것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현대그룹 측의 기대가 녹아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북을 애도를 넘어 경색된 대북사업의 물꼬를 트기 위한 카드로 잘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으로서는 이번 방북을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남북 경제협력을 북한의 기조나 분위기를 감지할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현대는 그동안 김 위원장과 대북사업을 논의해온 터라 교류가 전무한 김정은 북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는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
현 회장과 김정은 부위원장이 오찬이나 다른 형태로 접견하는 자리가 마련될 지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최근 들어 정부의 유연성 전략에 따른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의 재개와 북한의 호응에 따라 대북사업에도 `훈풍`의 기운이 돌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사망에 따른 북한 사회의 내부 및 남북 관계 변화로 금강산 사업 중단이 고착화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어 긴장감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북사업이 정치적인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북한이 민간 조문단을 통해 던지는 대남 메시지도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현재 대북사업 방향을 예상하기는 정말 힘들지만 사업에 대한 의지는 종전이나 지금이나 변화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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