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2일 오후 하이닉스반도체를 전격 방문했다. 최근 검찰 조사 등으로 인해 하이닉스 투자 차질에 관한 안팎의 우려가 나오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방문 카드를 꺼냈다. 그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최 회장은 이날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경영협의회에 참석해 신년 사업계획과 인수작업 경과 등을 청취하고 공장을 둘러보며 관계자를 격려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확정 이후 처음으로 하이닉스를 찾았다. 경영협의회에는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을 비롯해 하이닉스 권오철 사장, 박성욱 부사장, 김민철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협의회 시작에 앞서 “하이닉스 인수 확정 이후 사업장 방문을 추진했으나 여러 상황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며 “인수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데다 어려워진 글로벌 경제와 반도체 시황 등을 감안해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 경영진으로부터 새해 사업계획을 보고받은 후 하이닉스를 SK그룹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SK그룹 회장으로서 하이닉스를 반드시 성공시켜 향후 그룹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SK그룹이 30년 전 미래 국가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반도체사업에 진출했으나 2차 석유파동 등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이닉스가 SK와 한 식구가 된 것은 반도체사업에 대한 SK의 오랜 꿈을 실현하는 의미도 있다”고 반도체사업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가 더 발전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대규모 투자 등에 관한 의사결정을 적기에 신속하게 내릴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최 회장은 덧붙였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SK그룹의 강력한 오너십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권 사장은 “D램 가격 하락 등으로 시장 변화에 맞게 제품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자 했으나 오너십 부재로 한계가 있었다”며 “이제 SK라는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려 하이닉스를 세계적인 IT기업으로 키워달라”고 건의했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를 조속히 정상화시켜 인수 취지대로 그룹과 하이닉스의 질적 성장을 통해 국가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그룹의 글로벌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또 “환율 등 거시경제 지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교한 대응방안을 수립해 불확실성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경영진에게 당부했다.
최 회장이 하이닉스를 전격 방문했지만 구체적인 투자계획은 확정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새해 하이닉스 인수 완료와 동시에 역대 최대 규모 투자계획을 검토 중이나 최근 내외부 변수 때문에 계획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만우 SK 홍보담당 전무는 “최 회장이 검찰수사로 인한 경영공백, 세계 경제 위기, 북한 이슈로 인한 불확실성 등에도 하이닉스를 직접 찾은 것은 이른 시일 내에 하이닉스 경영을 정상화해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