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필사즉생 필생즉사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이길 것이요, 살려고 비겁하면 반드시 죽는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을 하루 앞두고 장병들을 불러 모아놓고 남긴 말이다. 백의종군에서 삼도수군통제사로 복귀했지만, 그에게 남겨진 전함은 고작 12척이었다. 왜선133척과 애시당초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었다.

 죽음을 각오한 조선 수병들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왜장 구루시마 미치는 전함 33척이 순식간에 수몰되자 허겁지겁 뱃머리를 돌렸다. 조선은 이 전투로 다시 해상권을 장악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사즉생’ 승부수 역시 통했다. 그는 워크아웃 졸업이 난관에 봉착하자 전격 사퇴 카드를 던졌다. 죽겠다는 각오였다. 직원들이 걱정하고 만류했지만, 그는 “사람 목숨만큼 기업의 목숨도 중요하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반응은 금방 나타났다. 반대하던 일부 채권단마저 워크아웃 졸업에 전격 합의했다. “박 부회장 사퇴에 삼고초려 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사즉생 승부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던 팬택의 운명마저 바꿔 놓았다. 박 부회장은 지난 주말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사퇴를 공식 철회하면서 “새해엔 처음으로 매출 4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으로 전세를 바꿔놓은 장면이 떠올랐다.

 KT는 이번주 또 다른 사즉생 승부수를 던졌다. 당분간 4세대(G)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가 힘들어지자 LTE폰을 아예 3G 요금제로 내놓았다. 비싼 4G폰을 저렴한 3G 요금제로 판매하는 것은 ‘자살골’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KT는 할인 이벤트까지 들고 나왔다. 경쟁사의 LTE 마케팅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만 없다는 각오다. KT 반란이 통할지 아직 모른다. 초반 성적표도 홍보 부족으로 아직 미풍이다. 분명한 것은 죽을 각오로 덤벼들자 경쟁사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다.

 무한 경쟁시대, 이젠 정공법만으로는 안된다. 수세에 몰렸다면 더욱 그렇다. 어려울수록 오히려 강공으로 나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작전은 치밀해야 한다.


 장지영 정보기기팀장 jya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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