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신화’를 만들었던 리서치인모션(RIM)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미국 증권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와 노키아 연합군 등 구체적인 인수자 명단도 나왔다. 이는 RIM이 현재 직면한 위기를 그대로 보여줄 뿐 아니라 성사될 경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이후 IT업계 최대 빅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주요 외신들은 RIM 매각설을 대대적으로 타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S와 노키아가 RIM을 공동 인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투자은행이 두 회사에 인수 검토를 제안했으며, 이미 몇 차례 논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진전 상황은 알 수 없지만 타당성 검토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RIM 측은 즉답을 피했다.
로이터는 아마존 내부 관계자 말을 인용, 지난 여름 투자 전문가를 고용해 RIM 인수 타당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아마존이 인수가격을 산정했는지 공식적으로 내부에서 협상안이 마련됐는지 등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RIM 측은 아마존이 제시한 협상 초안을 한 차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RIM의 날개 없는 추락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나 급감했다. 얼마 전 공개한 새 운용체계(OS) ‘블랙베리10’을 탑재한 신형 스마트폰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내년 말이나 가능해 이 조차도 승부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RIM이 블랙베리의 타성에 젖어 급변하는 스마트폰 시장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RIM의 주요 주주인 캐나다 소재 재규어 파이낸셜 은행은 “RIM은 휴대폰 사업을 접어야 회생할 수 있다”고 일침을 놓은 뒤, “수익률이 높은 사업만 유지하고 휴대폰 사업과 관련된 특허권은 모두 매각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RIM이 삼성전자, HTC 등과 접촉해 블랙베리 OS 라이선스를 제안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매각보다는 덜 극적인 데다 현재 경영진 체제를 계속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RIM 측은 이에 대한 답변도 거부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