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북한 경제, 개방 · 개혁 급물살 타나?

 세계의 눈은 ‘포스트 김정일’ 체제에 쏠렸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목되고 그 격에 맞는 정치행보가 계속돼 오기는 했으나 아직 후계구도가 안착되지 않았다. 더구나 지배권력 내 김일성 1세대와 김정일 2세대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아버지 없는’ 김정은이 최고권력을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 더 큰 상황이다.

 ◇평화적인 후계 안착 기대=김정일 위원장이 꿈꿔왔던 중국식 개혁·개방은 급물살을 탈 수도, 오히려 후퇴할 수도 있다는 극단적 평가가 나왔다.

 김정은이 독자적으로 세를 모아 온건한 방식으로 최고권력 자리까지 오른다면 개혁·개방 속도가 빨리질 수 있다. 하지만 군부 내 치열한 세력다툼을 통해 김정은이 오히려 숙청되는 상황까지 간다면 북한은 이전보다 더한 ‘철옹성’ 국가로 갈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급변 사태가 일어나지 않고 평화적·안정적 차기 권력이 들어서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19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김정은 후계구도가 급격히 흔들리고, 권력투쟁이 본격화된다면 한반도 리스크는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 있다”며 “북한 내부에서 급변사태 없이 평화적인 후계 안착이 이뤄지는 것이 국내외 정세에도 바람직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긴박한 경제계 움직임=정부 대응과 경제계 움직임도 긴박하다.

 기업들은 당장의 환율, 주가 등 비상 대응에 돌입하는 한편, 향후 북한 후계구도와 정치 안정화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남북 경협 관련 기업이나 개성공단 투자기업들은 사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기업계는 특히 새해 가장 우려 요소로 꼽히는 내수가 이번 사태로 더욱 위축되지 않을지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새해에도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한 행진이 계속돼야 하는 만큼, 북한 리스크가 지금 상황보다 더 악화되지 않는 방향으로 풀리기를 바라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 내부적으로 수출 지속과 내수 진작책으로 부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상황이 우리 기업 활동에 더 악영향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외신, 폐쇄성 강화 점쳐=외신도 김정일 위원장 사망이 북한의 개혁·개방에 뚜렷한 계기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김 위원장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아직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 혼란을 막기 위해 강경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로이터는 김정은이 20대 후반의 나이로 아직 어리고 후계자 수업을 충분히 받았는지도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여동생 김경희와 남편 장성택의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삼두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김정은이 지성과 리더십이 뛰어나 김정일 뒤를 이을 후계자로 적절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김정일이 북한 사회에서 신적인 존재로 군림한 만큼 그가 죽은 뒤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 역시 북한 체제 폐쇄성 강화를 점쳤다. 지도력 부재를 막기 위해 핵 개발과 주민 단속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다. 이 신문은 또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의 통제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면 대규모 탈북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진호·장동준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