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코스피가 폭락하고 환율이 출렁이는 등 금융 불안이 증폭됐다. 가뜩이나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프랑스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을 하향한뒤 나온 소식이어서 충격은 더욱 컸다.
19일 유럽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하락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김 위원장 사망소식이 전해지면서 9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26원 넘게 폭등했고 국채 선물가격은 일단 팔고 보자는 심리가 강해져 폭락했다.
이에 힌국은행은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 김중수 총재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국내 금융시장 전반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금융시장 특별점검회의를 열어 ‘비상금융상황 대응팀’을 구성하고 시장 점검 및 대응조치를 즉각 결정해 나가기로 했다.
코스피는 이날 김 위원장 사망소식을 전하자 북한 정세 불확실성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로 한때 1750.60까지 떨어졌다. 코스피가 1800(종가 기준)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5일(1776.40) 이후 처음이다. 심리에 영향을 받는 코스닥의 영향은 더욱 컸다. 코스닥지수는 김정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전 거래일 대비 8.19% 하락한 460.19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영일 한국운용 CIO 본부장은 “김정일 사망에 따른 북한 정치구조 불확실성 증폭으로 시장이 급락했다”며 “지정학적 요인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부각되며 외환시장도 불안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 후계구도가 안정화될 때까지 금융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1994년 김일성 사망 때는 한국 금융시장의 대외 개방 전으로 외국인 비중이 크지 않았고 김정은 체제가 아직 불안하고 북한 내부 권력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과거보다 높은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과거 김일성 사망 당시나 이후 북한 관련 각종 이벤트들이 우려와 달리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 김정일 사망건은 이후 북한의 권력구조에 변화가 초래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일-김정은 권력 승계과정에서 안팎의 도전이 커질 경우 내부 권력투쟁, 혹은 그 이상의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에 따른 금융 충격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심리와 수급 영향이 큰 만큼 금융 변수와 외국인 투자자 태도도 중요하다. 다만 변동 폭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돼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친 적은 있지만 실제적으로 강등된 경우는 없었다”며 “환율도 이미 유럽 상황에 반응을 해왔던 만큼 오름폭의 정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북한관련 이슈에 따른 코스피 등락률 (자료:한국투자증권)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