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펭귄클래식 펴냄
불온도서니 금서니 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존했습니다. 고대 중국의 진시황이 저지른 분서갱유를 들 것도 없이 5공 시절 온갖 사회과학 서적들이 불온도서로 지정돼 판매나 소지가 금지되었던 일이 이를 보여줍니다.
한데 불온도서의 지정은 늘 종교나 집권층의 전유물이었죠. 명분은 ‘마음대로’ 였고요. 고대 지혜의 보고로 꼽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불태운 어느 칼리프는 이런 묘한 궤변을 늘어놓았다죠. (물론 이설(異說)이 있긴 합니다.) “도서관의 책들은 코란과 같거나 다를 것이다. 같다면 또 있을 이유가 없고, 다르다면 읽을 필요가 없다”고요. 이런 점을 감안하면 마키아벨리는 꽤나 억울하지 싶습니다. 동양의 ‘정관정요’와 더불어 제왕학의 교과서라 불릴 정도로 군주들을 위한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책인데도 불구하고 어느 조사에 따르면 가장 빈번하게 ‘금서’로 지정된 책 중의 하나이니까요. 1559년 교황 파울루스 1세는 이 책을 ‘절대 불가’ 금서목록에 올리면서 가톨릭 교도들에게 읽는 것은 물론 소유도 금했답니다. 1572년 성 바르톨로뮤의 학살을 주도한 왕비 카트린 드 메디시스의 애독서라 해서 신교도들도 마키아벨리를 혐오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영국에선 성공회의 검열이 사라진 1640년에야 번역판이 나왔다니까요.
아마 이는 천기누설죄가 적용된 탓이 아닌가 합니다. 왜 있잖습니까. 모두 알고, 인정하면서도 막상 말을 꺼내서는 곤란한 내용, 그런 것 말입니다. 사랑 받기보다는 두려워하는 군주가 되어라 등 리더라면 혼자 알고 싶은 ‘비법’이 까발려지는 것이 내키지 않았겠죠. 신하들, 그러니까 일반인 입장도 마찬가집니다. “재산이 충성보다 중요하다” “사람들은 자기 아버지의 상실을 자기 재산의 상실보다 더 빠르게 잊을 수 있다” 등 적나라하게 인간 심성을 집어내니 좋아할 리가 있나요. 이제는 이 책을 다시 대접하려는 풍조가 우세합니다. 마키아벨리는 고국이던 피렌체, 나아가서 이탈리아가 외세에 흔들리며 시민들이 고난에 빠진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지극히 현실적인 처방을 모색했다고 이해하는 분위기입니다. 그 덕에 버젓이 정치가든 기업 CEO든 리더들의 필독서로 꼽히죠.
세상 참 별 것 아닙니다. 한 문사의 고전 읽기-마키아벨리는 로마 고전을 정독해 가며 이 책을 썼답니다-의 결실이 현실 정치의 교과서가 됐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책은 많이, 꼼꼼히 읽을 일이라니까요.
책 속의 한 문장: 인간은, 자기 자신을 두려운 존재로 만드는 사람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받는 존재로 만드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덜 염려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감사의 끈으로 확보되는데 인간은 비열해서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면 언제든지 이를 끊지만, 두려움은 처벌에 대한 공포로 강화되니 이는 항상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자료제공:메키아 www.mekia.net/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