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울진 원자력발전소(원전) 1호기가 멎더니, 어제는 고리 원전 3호가 멈췄다. 울진 원전은 사고뭉치다. 지난달 예방정비에서 4호의 증기발생기에 연결한 전열관 1만6400개 가운데 3800개가 닳거나 금이 간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 해결과 재가동은 내년 3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9월에는 4호를 정비하던 인력 32명이 방사능에 노출됐다. 11월 들어 6호가 오작동해 멎는가 하면, 2호에서 떼어낸 증기발생기 3대를 엉뚱한 곳에 보관하다가 울진군으로부터 고발됐다.
고리 원전도 만만치 않다. 지난 5일 원전 직원과 부품업체 대표가 짜고 창고에 보관하던 터빈밸브작동기 중고품을 새것처럼 다시 쓴 것으로 밝혀졌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인 고리 1호도 지난 4월 부품 결함 때문에 24일간 멎었다. 설계 수명을 지나 계속 운전하는 터라 주민 불안을 키웠다. 같은 달 3·4호에는 전원 공급이 끊겨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불안해서 어디 제대로 숨 쉬겠는가. 가뜩이나 지금은 겨울철 전력난이 걱정되는 시점이다. 당장 울진 1호와 고리 3호가 멈추자 어제 오전 전력예비율이 8.9%로 떨어졌다. 이미 울진 4·5호, 월성 4호를 정비차 세운 터라 더 조마조마하다. 악몽 같았던 9·15 전국 정전 사태가 주마등처럼 자꾸 눈앞을 스친다.
3·11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사고 여파로 국내 원전 21기 모두를 일제히 다시 점검했는데도 이렇다면 큰 문제다. 그런데 안전관리기관과 전력회사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니 미덥지 않다. 국내 원전 21기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고장 때문에 이미 140차례나 멈췄다. 원전 운용·관리 인력 체계의 일대 전환을 꾀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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