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과 방송 진영은 700㎒ 주파수 용도를 놓고 각을 세우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데이터 트래픽 수요와 산업·경제 발전 측면에서, 방송사는 차세대 방송과 난시청 해소 등을 이유로 각각 700㎒ 주파수를 요구하고 있다.
◇통신업계 입장
이동통신업계는 폭증하는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을 수용하고 나아가 세계적 추세인 광대역 통신주파수 확보 차원에서 700㎒ 대역 108㎒ 폭 전체를 통신용도로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월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2009년 12월 400테라바이트(TB) 수준에서 지난해 말 4000TB를 넘어선데 이어 최근에는 1만8000TB에 달한다. 2009년 이후 올 10월까지 약 44배 증가했다. 급증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오는 2020년까지 450~610㎒ 폭 추가 주파수가 필요하다.
통신업계는 와이브로·LTE 등 차세대 통신기술만으로는 폭증하는 데이터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근원적인 주파수 자원 확보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통신업계는 현 주파수 자원으로는 LTE 망도 2013년 상반기 한계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로서는 700㎒ 주파수만이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할 수 있는 유일한 가용 주파수라는 게 통신업계 주장이다.
통신업계는 700㎒가 지닌 주파수 가치도 통신용으로 할당될 때 극대화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700㎒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배치하면 아태 지역에서 2014~2020년 6년 간 총 6580억달러 GDP 향상 효과가 예상된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우리나라 통신 시장을 감안할 때도 광대역 주파수 효과는 크다. 모바일 서비스를 활용한 신규 데이터·콘텐츠 비즈니스 확산과 이에 따른 ICT 중소·벤처기업 동반 성장 등 침체된 경제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디지털 여유대역 용도를 확정한 해외 국가가 모두 통신용으로 정책 방향을 결정했다는 점도 통신업계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700㎒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할당하면 경매대금이 소비자 요금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지적은 근거없는 것이라고 통신업계는 반박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이미 해외 많은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경매대금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측면은 영향이 없거나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통신요금에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 사실상 통신사가 경매대금을 요금에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방송업계 입장
방송업계는 차세대 방송서비스를 위해 700㎒ 주파수를 방송용으로 할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에는 정부의 졸속 결정을 피하기 위해 700㎒ 주파수 용도 확정을 2013년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방송업계는 차세대 고품질 방송과 디지털 방송 난시청 해소를 위해 700㎒ 주파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방송사는 차세대 방송 차원에서 준비 중인 3DTV, UHDTV용으로 700㎒ 주파수를 요구했다. 고화질 3DTV 도입을 위해서는 기존 DTV 6㎒폭보다 넓은 10~12㎒폭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방송업계는 공익적 측면도 앞세웠다. 주파수라는 공적 자산을 이익창출이 목적인 통신사에 사적용도로 할당하기 보다는 무료 보편적인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에 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급증으로 추가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통신업계 주장에 대해서는 먼저 자율적 트래픽 조절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개선해 데이터 수요를 줄이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방송업계는 700㎒ 주파수 중 최소 절반은 방송용으로 할당하거나 보다 효과적인 정책결정을 위해 용도 확정을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 차세대 방송, 무료 보편적 서비스, 공공성 구현을 위한 주파수 수요를 정확히 산출하고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후 여유 주파수를 할당해도 늦지 않다고 방송사는 강조했다.
한국방송협회는 13일 제주도에서 관련 세미나를 열고 700㎒ 주파수의 방송용 할당을 주장한데 이어 15일에는 ‘700㎒ 주파수 활용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방송협회는 “700㎒ 주파수가 통신용으로 할당되면 시청자는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야 방송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차세대 방송 불모지로 남을 것”이라며 “700㎒ 주파수 용도 변경은 디지털 전환과 난시청 해소 사업이 일단락되는 2013년 이후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오은지기자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